김형준(오른쪽)씨가 서울 성동구 동호초등학교 시청각실 무대에서 SBS 개그맨 동기인 김영구씨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를 써 가며 ‘내 집 앞, 내 점포 앞 눈 치우기’의 중요성을 홍보하는 ‘제설 개그’ 공연을 펼치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눈이 와. 눈이 쌓여. 파란색 제설함이라는 통이 있는데 그 안에는 눈삽, 넉가래, 제설제, 빗자루가있어. 제설제는 염화칼슘, 소금, 모래로 이뤄져 있어. 제설함은 고갯길, 응달, 고가차로 아래, 상습결빙지역, 주택가, 버스정류장 6곳에 있어.”

20일 오전 11시 서울 성동구 옥수동 금호초등학교 4층 시청각실. 1학년과 3~5학년 학생 200여명이 해맑은 모습으로 어른도 쉽게 익히기 어려운 제설 상식을 반복해 외치고 있었다. 일명 ‘제설 개그’를 통해 무대에서 아이들의 자발적인 호응을 이끌어낸 사람은 SBS 개그맨 출신인 성동구 토목과 김형준(34) 주무관이었다.

김씨는 이날 ‘눈이 펑펑! 웃음이 펑펑!’이라는 ‘제설 개그’ 공연을 준비했다. 어린이들이 개그 공연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 초등학교를 방문해 제설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김씨와 2015년 개그맨 공채 동기인 김영구(30)씨가 취지에 동감해 공연을 함께했다.

이날 공연은 지난 18일 한양초등학교에 이어 두 번째 공연이었다. 김형준-김영구 듀오는 자신들의 인기 코너를 패러디해 개그 공연과 퀴즈를 적절히 섞어가며 제설 이야기를 쉽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이 학교 5학년 장은교(12)양은 “너무 재미있어서 즐거웠고, 개그를 통해서 제설 방법을 알려 줘서 귀에 쏙쏙 들어왔다”고 말했다. 장양 말처럼 어린이들은 연신 웃음을 터트렸다.

SBS 공채 15기 출신인 김씨는 개그 프로그램 ‘웃찻사’에서 잘 나가던 개그맨이었다. 김씨는 ‘극과 극’ ‘뽀샵 사진관’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하지만 개그 프로그램 시청률이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2017년 5월 결국 폐지됐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게 된 김씨는 진로를 고심하다 대학 전공이었던 토목환경공학에 맞는 기술직 공무원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10개월간 독하게 준비해 지난해 3월 토목직 9급 시험에 합격했고 그 해 8월 성동구 토목과로 발령이 났다.

김형준-김영구 듀오의 '제설 개그'에 동호초등학교 학생들이 활짝 웃고 있다. 박형기 인턴기자
’제설 개그’ 공연이 끝난 후 삽으로 눈을 치우는 모습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김형준-김영구 듀오. 박형기 인턴기자

이번 ‘제설 개그’는 지난 9월 선배 공무원들과의 점심시간에 나왔다. 김씨가 “곧 겨울도 다가오는데 내 집 앞, 내 점포 앞 눈은 내가 쓸어야 한다는 인식을 어린이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제설 교육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개그공연으로 하면 어떨까요?”라고 의견을 낸 것. 별 생각 없이 말했는데 선배 공무원들이 색다른 아이디어라며 공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제설 개그’가 관내 어린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씨는 공연을 통해 정책 홍보 효과가 배가되는 걸 눈으로 목격, 스스로 흐뭇해했다. 김씨는 “제설 안전에 대한 공연에 아이들이 생각보다 더 집중하며 즐거워해서 저도 덩달아 신이 났다”며 “이 공연이 작은 씨앗이 되어 안전에 대한 경각심과 중요성을 알게 되고 ‘눈이 오면 내 집 앞은 내가 쓸어야지’라는 생각을 모든 성동구민이 가져서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라고 익살스런 포즈를 취하며 말했다.

20일 오전 서울 성동구 옥수동 동호초등학교에서 '눈이 펑펑, 웃음이 펑펑'이라는 ‘제설 개그’ 공연을 선보인 뒤 학생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김형준(앞줄 왼쪽) 주무관. 앞줄 오른쪽은 SBS 개그 프로그램 ‘웃찻사’에서 단짝이었던 김영구씨. 박형기 인턴기자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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