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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GMO, 생산성은 어땠을까

입력
2019.11.23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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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상업적 재배가 시작됐을 때 개발자들이 내건 주요 모토는 바로 생산성 향상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GMO 재배라는 주장이 항상 따라다녔다. 그런데 20여년이 훌쩍 지난 현재 새삼스럽게 생산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GMO의 생산성은 어땠다는 것일까. ©게티이미지뱅크
1996년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상업적 재배가 시작됐을 때 개발자들이 내건 주요 모토는 바로 생산성 향상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GMO 재배라는 주장이 항상 따라다녔다. 그런데 20여년이 훌쩍 지난 현재 새삼스럽게 생산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GMO의 생산성은 어땠다는 것일까. ©게티이미지뱅크

이달 초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 한 편이 눈길을 끌었다. 옥수수의 수확량을 상당히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비결은 유전자 변형에 있었다. 옥수수의 성장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를 변형하니 자라는 환경이 좋든 나쁘든 최소 3%, 최대 10%까지 수확량이 대조군에 비해 늘었다는 것이다.

좀 느닷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1996년 유전자변형작물(GMO)의 상업적 재배가 시작됐을 때 개발자들이 내건 주요 모토는 바로 생산성 향상이었다.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GMO 재배라는 주장이 항상 따라다녔다. 그런데 20여년이 훌쩍 지난 현재 새삼스럽게 생산성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GMO의 생산성은 어땠다는 것일까.

그동안 세계적으로 재배돼 온 GMO는 주로 두 가지 특성을 가졌다. 제초제에 잘 견디는 특성, 그리고 살충성이 그것이다. 가령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도록 기능을 발휘하는 특정 유전자가 옥수수에 삽입된 상황을 떠올려 보자. 이 옥수수 밭에 제초제를 살포하면 주변의 잡초는 죽고 옥수수는 살아남는다. 또한 옥수수를 갉아먹는 벌레를 죽이는 특정 유전자가 삽입되면, 아예 옥수수 밭에 벌레가 사라진다. 따라서 농업 생산성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는 것이 GMO 개발의 타당성을 내세우는 중요한 논리적 근거였다.

하지만 이번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실제 상황이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고 봤다. 실험 과정에서 높은 수확량이 기대되는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농업 현장에서 생산성이 향상됐다는 학계 보고가 별로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아예 옥수수의 성장과 관련된 유전자를 직접 변형해 본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수확량의 증가 요인을 옥수수 잎이 커져 광합성이 더욱 활발해지고, 땅속 영양분인 질소의 이용 효율이 높아진 데서 찾았다.

사실 GMO의 생산성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보고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가령 2016년 10월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20여년간 GMO를 재배해 온 북미 지역과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지어온 서유럽 지역을 비교했을 때, GMO의 생산량이 더 많았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당시 미국과학아카데미도 GMO의 다양한 이슈를 정리한 보고서에서 비슷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물론 GMO 개발자들은 농업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꾸준히 발표해 왔다. 예를 들어 매년 전 세계 GMO 개발 현황을 보고해 온 국제농업생명공학정보센터(ISAAA)는 1996년 이후 20년간 GMO 덕분에 세계적으로 평균 농작물 수확량이 22% 증가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농가 수익도 68% 증가했는데, 돈으로 따지면 무려 168조달러에 달한다. 너무 거시적인 규모의 수치라 따져볼 엄두가 나지 않지만, GMO의 생산성을 둘러싸고 상반된 견해가 제시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GMO에 대한 소비자의 궁금증은 보통 안전성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다. 최근까지 인체에 위험하다는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과학계의 대체적인 결론인 듯하다. 그러나 생태계 문제는 다르다. GMO가 엉뚱한 곳에서 버젓이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국내외에서 계속 보고돼 왔다. 잡초 제거 용도로 GMO에 주로 살포돼 온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발암성 물질일 수 있다는 논란이 있었고, 그 살포 양이 일반 농가에 비해 훨씬 많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들에 비해 농작물의 생산성 향상은 초기부터 가장 확실하게 제시돼 온 약속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랬는지 모르겠다. ISAAA에 따르면 해마다 GMO의 재배 면적은 늘어나는 추세다. 그 결과 실제로 누가 얼마나 이익을 얻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훈기 홍익대 교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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