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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요지부동에 지소미아 물러설 명분 못찾아… “대미관계엔 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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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요지부동에 지소미아 물러설 명분 못찾아… “대미관계엔 불리”

입력
2019.11.21 21:00
수정
2019.11.21 21: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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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간 군사정보 교류 많지 않고 추후 지소미아 복원도 용이 판단

NSC “주요 관계국과 긴밀 협의”… 美의 만류 거부로 후폭풍 예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여부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1일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여부에 대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만료 전날까지 3개월 전 결정을 유지하면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를 기정사실화한 건 일본 정부의 요지부동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하지만 한일 지소미아를 한미일 안보 협력의 핵심 수단으로 간주하는 미국의 만류를 뿌리친 만큼 앞으로 대미 관계 전반에서 불리를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3일 0시인 한일 지소미아 종료를 하루 앞두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에서 “주요 관계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지속한다”는 식의 결론이 났다고 청와대가 밝힌 건,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내부 입장이 정리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일본의 태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막판까지 외교적 노력을 멈추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서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해석이다.

한일 지소미아 종료 쪽으로 정부가 가닥을 잡았다는 사실의 정황이 보인 건 최근이 아니다. 지소미아 중단 결정과 그 원인인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조치의 동시 철회 가능성을 타진하는 한일 간 교섭이 공전하며 “일본 태도 변화 없이 지소미아 연장은 없다”는 정부의 입장 표명이 반복됐다. 15일 청와대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을 만나 이런 입장을 확인한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같은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 일본의 전향 조짐을 찾기 힘든 와중에 사실상 쐐기를 박은 셈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주요일지. 그래픽=김문중 기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주요일지. 그래픽=김문중 기자

지소미아 종료 예고는 올 7월 일본이 ‘안보상 불신’을 이유로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하자 정부가 맞대응 카드로 꺼내든 조치였다. 8월 결정 당시에는 지소미아 종료 방침을 지렛대로 실제 발효 때까지 3개월간 미국의 중재를 끌어내보겠다는 심산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후 상황은 정부 기대와 반대로 흘러갔다. 미국에 우리 사정을 충분히 설명했다는 정부 설명과도 달랐다. 미국의 압박이 한국에 쏠렸다. 종료 결정 뒤 방한하는 미 정부 당국자마다 지소미아 연장을 바란다는 촉구를 빼먹지 않았다. 일본을 상대로는 별다른 압력이 없었다. 자국 안보 이익을 해치는 지소미아 종료와 달리 수출 규제는 한일 양자 간 분쟁 사안일 뿐이라고 미국이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정부는 우리 입장을 납득시키는 게 목적인 대미 설득과 갈등 출구 모색을 위한 대일 협상을 병행했다. 일단 파상 공세를 편 미국에게는 막판까지 성의를 보였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최근 비밀리에 미국에 다녀온 것도 지소미아 종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백악관 관료들에게 한국의 입장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설명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소미아 종료 사태를 막을 방안이 논의될 한일 간 고위급 채널도 끝까지 닫지 않는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 이날까지 일본 정부는 “한국에 현명한 대응을 요구한다”는 입장만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갈등의 도화선인 징용 판결 관련 분쟁 해법을 우리에게 내놓으라면서다.

한일 양국 내의 강경 노선 지지 여론은 지소미아 종료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우익 성향인 일본 산케이(産經)신문과 계열인 FNN(후지뉴스네트워크)이 19일 공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3%가 지소미아 종료에 대해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고, 한국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가 15일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지소미아 종료 결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55.4%)이었다.

일단 정부는 종료된 지소미아의 복원이 별로 어렵지 않다고 판단하는 듯하다.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은 “애초 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할 때 일본의 수출 규제가 원인이라는 점을 정부가 분명히 했기 때문에 복원할 때에도 국내 여론이나 중국의 반발 같은 문제는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지소미아가 종료되더라도 한미일 정보공유약정(TISAㆍ티사)을 통해 군사정보를 공유하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최근 방콕 한미일 국방장관 회의 뒤 기자간담회에서 “지소미아를 통한 한일 간 군사 정보 교류 자체는 실시간이 아닌 데다 많지도 않았다”고 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티사는 미국을 매개로 정보를 교환하는 시스템이라 한일 간 직접 공유체계인 지소미아에 비해 정보 공유에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 또 한번 폐기한 지소미아를 일본이 다시 맺으려면 상당한 명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소미아를 유지하라고 한국을 향해 파상 공세를 벌인 미국과의 관계도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일단 미국이 격한 성명을 낼 공산이 크다. 중국 견제 전략을 망가뜨리는 행동을 곱게 볼 리가 없다. 서운함을 현재 한창인 한미 방위비 협상에 반영할 수 있다. 북핵 문제나 남북관계, 통상 등 한미 현안들을 다룰 때 이를 빌미 삼아 전방위로 미국이 우리를 애먹일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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