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구충체 펜벤다졸 구할 수 없자 알벤다졸 찾는 사람 늘어 
 식약처 “장기 복용 시 부작용 가능성…용법ㆍ용량 지켜야” 
최근 암 환자 사이에서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에 이어 사람용 구충제 '알벤다졸'이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1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 했던 구충제가 갑자기 인기입니다. 그것도 ‘개 구충제’로 불리는 펜벤다졸이 말입니다. 일각에서 펜벤다졸이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동물용 구충제를 찾는 암 환자들이 늘어난 겁니다. 유튜브, 블로그 등에 복용 후기가 올라오면서 펜벤다졸에 관심 갖는 암 환자와 가족들은 점차 늘어났습니다.

폐암 4기 투병 중인 개그맨 김철민씨도 펜벤다졸 복용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김씨가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펜벤다졸을 7주 차 복용했다. 피검사 결과가 오늘 나왔는데 다 정상이다. 간 수치도 낮아졌다”고 밝히면서 펜벤다졸은 다시금 화제가 됐습니다.

펜벤다졸은 현재 이른바 ‘희귀품’입니다. 이에 대체재로 떠오른 것이 사람용 구충제 ‘알벤다졸’입니다. 기생충 예방 차원에서 먹는 바로 그 약 말입니다.

그런데 포털사이트에 알벤다졸을 검색해보면 항암 효과를 질문하거나 복용해 보겠다는 글이 여러 건 나옵니다. 한 누리꾼(cy****)은 지난달 24일 암 환자와 가족들이 모여있는 온라인 카페에 “급한 대로 사람 구충제 알벤다졸로 대체해 마지막 희망을 가져보려 한다”는 글을 게재했습니다. 지난 18일에는 “유방암에 알벤다졸이 더 괜찮다는 글을 본 것 같다. 사람이 먹는 구충제라고 하기에 도전해볼까 한다”(jh****)라는 글도 올라왔습니다.

일선 약국에선 알벤다졸 판매량이 최근 급증하면서 알벤다졸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 중랑구의 한 약사는 21일 한국일보 통화에서 “알벤다졸을 찾는 사람들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재고를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제약사에서 정상적으로 공급해도 수요가 워낙 많아 물량이 바로 빠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의 대체품으로 사람용 구충제 '알벤다졸'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독자 제공

알벤다졸의 인기 때문이었을까요. 최근에는 알벤다졸을 판매하는 한 제약사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일도 있었습니다. 알벤다졸의 항암 효과를 연구했던 8년 전 보고서가 13일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것이 계기였습니다. 김영태 연세대 의대 교수가 2011년에 발표한 보고서였는데요. 실험실용 쥐(누드 마우스)를 이용해 알벤다졸의 항암 효능을 검증해보는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물론 알벤다졸이 직접 암세포를 사멸시킨다는 내용이 아닌 암 성장을 억제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연구였습니다. 사람에게도 항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검증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알벤다졸의 인기는 날로 높아져 갔습니다.

알벤다졸은 기생충을 죽여 기생충에 의한 감염을 치료하는 구충제 성분 중 하나입니다. 물론 일부 제약사에서 약 명칭을 성분명으로 지어 구충제 약 자체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보령 알벤다졸, 대웅 알벤다졸 이런 식입니다. 알벤다졸은 기생충이 포도당을 흡수하지 못하게 해 에너지 생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기생충을 사멸시킨다고 합니다.

알벤다졸, 펜벤다졸 이름이 비슷한데 무슨 관계냐고요? 알벤다졸과 펜벤다졸은 화학 구조가 유사한 ‘벤지미다졸계’라고 합니다. 화학 구조가 비슷해 펜벤다졸의 대체재로 알벤다졸을 찾는 셈입니다. 알벤다졸은 펜벤다졸과 달리 인체용인만큼 보다 안전하지 않겠냐는 인식도 인기에 한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알벤다졸 역시 인체 항암 효과가 검증됐다거나, 항암 치료 목적으로 사용 시 무해성이 입증된 성분은 아닙니다. 400㎎ 기준 1일 1회 복용하고, 일주일 후 1회 더 복용하는 방식, 즉 정해진 용법ㆍ용량대로 복용할 경우의 안전성만 입증됐을 뿐입니다.

인체용으로 나온 알벤다졸이라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장기간 복용할 경우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알벤다졸은 구충 효과를 위해 복용하는 의약품이기 때문에, 암 치료를 위해 장기 복용하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인체용 의약품이지만 허가 사항을 따랐을 때 안전한 것이고, 정해진 용법ㆍ용량을 지키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윤한슬 기자 1seu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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