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1개 여단 병력 감축은 오보”… 해당 언론사에 기사 취소 요구
20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전투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과정에서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지만 현실화 가능성을 두고선 논란이 분분하다. 주한미군 감축을 제한한 국방수권법에 따른 의회의 견제로 주한미군의 감축을 실행에 옮기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지만, 한국 여론을 교란하고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기 위한 지렛대로 주한미군 감축설을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국방예산편성 근거법인 국방수권법이 매년 입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9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에 따르면 미 정부가 주한미군을 2만 2,000명 이하로 감축하려면 국방장관이 이 같은 감축이 미국의 안보 이해에 부합하고 이 지역 동맹국들의 안보를 심각하게 훼손하지 않으며 한국과 일본 등 동맹국들과 적절하게 상의했다는 것을 의회에 입증(certify) 해야 한다. 국방수권법은 이 같은 입증 없이는 주한 미군 감축에 어떤 예산도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동맹국들과 마찰을 빚으며 독단적으로 주한미군 감축을 단행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예산 사용 없이 주한미군을 감축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도 나오지만 부대 이동과 재배치 등에 비용이 든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2020 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은 주한미군 하한선을 2만2,000명에서 2만8,500명으로 늘려 현 주한미군 규모를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다. 다만 10월 1일부터 2020년 회계연도가 시작됐으나 공화당과 민주당이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등을 두고 갈등을 빚으면서 이 법안은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가결된 후 양원 조정 등의 최종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미 의회는 정부 셧다운을 막기 위해 임시 예산안을 통과시켜 12월 20일까지는 2019년 예산안을 준용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2019 국방수권법에 따른 주한미군 하한선인 2만 2,000명을 고려해 미국이 1개 여단 병력 3,000~4,000명선의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으나 2020국방수권법과 충돌할 여지가 커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다. 주미대사관 관계자는 “미국 국방부 누구로부터도 그런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며 “미국 정부가 2019 국방수권법에 근거해 감축 계획을 세우더라도 2020 국방수권법이 통과되면 실행에 옮기기 어렵고 법적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에 휩싸여 있는 정치적 환경도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공식적으로 꺼내기 어렵게 하는 요소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 철군 결정 때도 공화당 최측근 의원들마저 비판에 나서 완전 철군 방침에서 물러섰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21일(현지시간) 주한미군 감축 검토 보도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며 “과장되거나 부정확하고 거짓된 기사를 매일 본다”면서 부인했다. 이날 조너선 호프먼 미 국방부 대변인도 성명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 관련 한국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익명의 한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결점을 드러낸다”라고 밝히며 해당 언론사에 기사 취소를 요구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전날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은 가장 중요한 동맹 파트너 중 하나다. (그렇다고) 무임승차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방위비 압박에 힘을 더하면서도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미국이 방위비 인상 압박 차원에서 주한미군 감축 논의를 흘릴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의 한 안보 전문가는 “주한미군 감축 논의나 이를 시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만으로도 한국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한미군 감축을 강력 견제하는 곳이 의회지만, 여러 환경 변화로 의원들이 동맹 파트너로서 한국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사정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매년 입법이 필요한 국방수권법안에 주한미군 감축 제한 조항이 계속 포함될 것이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논란을 딛고 내년 재선에 성공하고 한미 동맹 관계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면 주한미군 철수론이 현실적 카드로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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