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교섭본부장 인터뷰 “아세안과의 협력 확대는 한국 교역구조 다변화 기회”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아세안과의 교류 협력 확대는 한국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미중 무역 분쟁, 브렉시트,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등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교류 확대는 한국에게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습니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989년 수교 이후 아세안은 중동을 제치고 한국 기업이 해외 인프라 사업을 가장 많이 수주한 지역이자, 국내 금융기관이 가장 많이 진출한 지역이 됐다”며 “아세안과의 교류ㆍ협력 확대는 한국의 교역구조를 다변화할 좋은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수출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으로 수출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대외 불안정성을 붙잡아 줄 ‘완충제’ 역할을 아세안이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유 본부장은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코라시아포럼’의 ‘한ㆍ아세안, 협력을 넘어 경제공동체로’ 세션에서 주제 발표를 한다.

한국과 아세안은 수교 이후 여러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유 본부장은 “지난 30년간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 규모는 20배, 투자는 40배 늘어 아세안은 한국의 교역대상 2위, 투자대상 3위 지역으로 성장했다”며 “이제는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상품무역을 확대하는 수준을 넘어 상생협력의 길을 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1989년 82억 달러에 불과했던 한국과 아세안의 교역규모는 지난해 1,597억 달러로 급성장했다.

‘아세안과 상생의 길’을 위해서 유 본부장은 우선 “경제협력 고도화에 기여할 수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4일 15개국 정상들이 모여 협정문 타결을 선언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내년 최종 타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인도네시아와 맺은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같은 양자 FTA도 아세안 국가들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자유무역 체제가 “자동차와 에너지, 문화콘텐츠, 인프라, 보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의 개발경험을 아세안과 공유하고 기술ㆍ기업ㆍ인력 교류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게 유 본부장의 생각이다. 실제 이전까진 아세안, 중국, 호주 등에 세탁기를 수출할 경우 각기 다른 원산지 기준을 적용 받았지만 RCEP 타결로 하나의 원산지 기준만 충족하면 역내 모든 국가에서 특혜 관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는 “RCEP이 전자상거래와 지식재산권 등 한국의 선진 통상규범은 물론, 한류를 확산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 본부장은 이어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산업기술 협력을 적극 추진하고, 아세안 정부ㆍ기업과 소통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세안은 경제발전과 기술수준 등이 다양한 10개 국가로 이뤄져 있는 만큼 국가별 여건ㆍ수요에 부합하는 맞춤형 협력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한ㆍ아세안 특별정상회담을 계기로 공동 연구개발(R&D)과 기술이전ㆍ사업화 등을 지원하는 산업혁신기구가 설립된다면 미래 신산업 분야 협력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본부장은 현지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에게 “아세안 10개국은 경제발전 수준도 다르고 각자 고유한 정체성을 갖고 있어 나라별 여건을 충분히 파악해야 시장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 필리핀은 가톨릭, 태국ㆍ캄보디아ㆍ라오스ㆍ미얀마는 불교로, 종교가 다양한 만큼 종교 관련 규율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러한 다양성이 오히려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류종은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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