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잇따라 내놓은 채식주의 간편식 시식기 
게티이미지뱅크

환경운동가로 활동하는 김한민 작가는 '아무튼, 비건'이란 책에서 “한국에서 비건(채식)을 하면 도 닦는 심정이 된다”고 적었습니다. 한국채식연합이 추산한 우리나라 채식 인구는 지난해 기준 약 150만명. 10년 전보다 10배나 늘었다지만, “유난 떤다”는 주변의 시선은 여전하고 밖에서는 밥 한끼 제대로 챙겨먹기도 녹록지 않죠.

이처럼 ‘도 닦는 심정’으로 삶 속에서 채식을 실천해 온 이들을 위해 최근 편의점 업계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햄버거와 김밥, 만두, 도시락 등 간편식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고기 아닌 고기, 즉 대체육류(식물성 고기)를 사용해 채식인구뿐 아니라 육류 섭취에 부담을 느끼거나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까지 고객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관건은 이 같은 대체육류가 얼마나 실제 고기와 비슷한지 여부겠죠. 이달부터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CU에서 판매하고 있는 채식주의 간편식을 본지 기자들이 직접 먹어봤습니다. 채식주의자는 없고 다들 평생을 고기 애호가로 살아온 이들입니다.

 ◇”진짜 고기 같은데” “스펀지 씹는 맛” 평가 엇갈려 
편의점 세븐일레븐(왼쪽 사진)과 CU에서 이달부터 각각 출시한 채식주의 간편식 관련 제품들. 코리아세븐, BGF리테일 제공

“그냥 햄버거 패티랑 풍미랑 육즙도 똑같은데?”

진짜 고기 맛과 가장 비슷하다고 꼽힌 제품은 100% 식물성 콩단백질로 만든 세븐일레븐의 ‘콩불고기 버거’였습니다. 물론 패티만 따로 빼서 먹었을 때는 진짜 고기보다는 퍽퍽한 식감에서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처음 한입 베어 물었을 땐 강한 소스 맛 때문인지 몰랐다면 대체육류였다고 알아차리지 못했을 정도였어요. 참고로 햄버거에 들어간 갈비맛ㆍ마요 소스 역시 모두 식물성을 사용한다고 하네요.

대체육류 상품 ‘언리미트’를 사용한 냉동만두(세븐일레븐) 역시 좋은 평가를 얻었습니다. 언리미트 현미, 귀리, 견과류로 만든 100% 식물성 고기 갈비맛, 김치맛 만두는 전자레인지로 3분만 데우면 따끈따끈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이정은 기자는 “김치와 양념맛이 강해 고기맛을 딱히 느낄 순 없었다”면서도 “일반 만두와 겉모습이나 맛이 큰 차이가 없어 간식으로 좋을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언리미트는 소고기보다 칼로리, 나트륨 함량은 낮고 단백질 함량이 2배 이상 높다고 해요.

세븐일레븐에서 출시한 콩불고기 김밥(왼쪽 사진)과 CU의 채식주의 김밥. CU의 제품에는 대체육류 대신 유부와 다섯가지 채소가 들어있다. 전혼잎 기자

안타깝게도 김밥에는 대체로 ‘부족한 맛’이라는 혹평이 쏟아졌어요. 일단 겉보기에도 실제 고기와는 거리가 있었는데요. 세븐일레븐의 ‘버섯콩불고기 김밥’엔 제법 두꺼운 식물성 고기가 들어가 있었지만, 단면만 봐도 고기보다는 건두부에 가까웠죠. 시식 후에도 “냄새도 약간 역하고, 식감도 유부나 스펀지를 씹는 것 같다”(이소라 기자)거나 “차라리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샐러드 김밥을 먹겠다”(이정은 기자)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고기가 아예 들어가있지 않은 CU의 채식주의김밥은 “채식을 해야만 할 때 고를만한 제품”이라는 평가가 있었어요. 유부와 다섯 가지 채소를 넣은 김밥인데, 딱히 맛있지도 새롭지도 않아 채식이 이유가 아니라면 먹을 이유가 없단 것이죠.

 ◇일주일에 하루 ‘고기 없는 월요일’은 어떨까 

편의점에서 관련 제품을 파는 등 시장이 커지고 있다지만 아직까지 ‘생활 속 채식’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이날도 서울시내 10여개가 넘는 편의점을 돌아다닌 끝에야 겨우 채식 간편식을 구할 수 있었어요. 편의점에서도 관련 제품의 존재를 모르는 경우가 허다했어요. 실제로 한 편의점주는 “이런(채식) 제품을 팔고 있는지 몰랐는데 한 번 먹어봐야겠다”며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국내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나 대체육류는 가축을 가둬놓고 키우다 도살하는 공장식 축산산업의 비윤리성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환경 문제를 대폭 줄일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미국 푸드테크 기업 임파서블 푸드는 대체 육류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87%, 물 소비량 75%를 감소시킨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는 2040년이 되면 세계 육류 소비 시장의 60% 이상이 식물성 고기를 비롯한 대체육류가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죠.

폴 매카트니는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당시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채식을 실천하자는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제안했다. 플리커

물론 아무리 숭고한 이유가 있더라도 하루아침에 식습관을 바꿔 손바닥 뒤집듯 채식을 시작하긴 어렵습니다. 가뜩이나 먹고 살기도 바쁜데다, 고기를 먹어야만 기운이 난다는 이들도 적지 않죠. 비틀스의 멤버였던 폴 매카트니는 이에 2009년 ‘고기 없는 월요일’ 운동을 제안하기도 했는데요.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일주일 가운데 하루만이라도 고기 없는 날을 보내자는 것이죠. 국내에서도 서울시청은 2014년부터 매주 금요일에 채식 식단을 제공하고 있고, 전북도 등 일부 학교에서도 최근 주 1회 채식 급식을 실시하고 있어요.

몸과 마음을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 간편한 채식 한 끼, 오늘 출ㆍ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시도해보는 건 어떨까요.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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