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가치소비와 공유경제

 밀레니얼 세대가 주도하는 가치소비와 공유경제 

인간의 삶은 생산과 소비의 여정이다. 생산하는 것이 없다면 소비도 불가능하겠지만, 생산만 있고 소비가 배제된 삶은 무의미하다. 그렇기에 삶의 질을 논의할 때 빠지지 않는 중요한 요소가 소비생활이다. 객관적으로 소비를 파악하고 측정하기 위해 표준화된 지표들이 활용되지만, 최근 들어 이에 못지않게 주관적 만족이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욜로’(YOLOㆍ삶은 한 번뿐)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탕진잼‘(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 같은 신조어들이 널리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은 이런 세태를 반영한다. 이같은 소비 양식의 변화는 어떤 것이 행복한 삶의 모습인가를 규정하는 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소비생활 만족도의 증가와 가치소비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조사에서도 객관적인 소비수준이나 소득에 대한 만족과는 별개로 자신의 소비생활에 대한 주관적 만족도가 점점 상승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 속에서 소득에 대한 주관적 만족보다 소비생활의 자기만족도가 더 많이 증가하는 추세가 눈에 띈다. 또 연령별로 보면 경제적으로 30ㆍ40대보다 풍족하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19~29세)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다.

[출처: 통계청, 삶의 질 지표]

실질 소득ㆍ소비 규모와 주관적 만족도 간에 상관관계가 뚜렷하지 않은 이유, 또 소비액이 별로 증가하지 않지만 소비에 대한 자기만족도가 증가한 이유를 ‘가치소비’의 확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치소비란 본인이 주관적으로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제품은 과감하게 소비하는 반면, 주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제품은 저렴하고 실속 있는 제품을 고르는 소비 행태이다. 한마디로 가격이든 만족이든 객관적 성능보다는 나의 주관적 가치를 우선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지난 1년간 ‘가치소비’를 키워드로 보도된 기사의 연관어를 분석했더니, 이런 양상이 실증적으로 드러난다. 기성세대와 대비되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치소비의 주체로 등장했고, 가격대비 심리적 만족을 의미하는 ‘가심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의미하는 ‘소확행’, 다양한 정보 활용을 통해 합리적 소비를 하는 ‘스마트 컨슈머’ 등도 중심적인 연관어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현상은 ‘갑질’ 논란이 벌어진 기업 제품 구매가 급격히 하락하고, 환경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제품의 구매가 증가하는 경향이다. 최근 소비 트렌드는 소비자 개인의 실질적이고 주관적 필요를 중시할 뿐만 아니라 제품을 만드는 기업에 대한 도적적 판단도 구매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여기에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다양한 가치소비 양식에 정보공유가 활발해지면서, SNS가 소비를 통한 생활 만족도를 높이는 중요한 매체로 자리잡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가치소비 관련 기사 연관어

이처럼 개인들의 합리적이면서 사회적인 새로운 소비 방식이 확대되면서 네트워크와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하는 새로운 산업 영역이 등장했다. 바로 공유경제이다. 이전에도 ‘아나바다’나 ‘카풀’처럼 차량이나 물품, 장소 등을 대여하거나 공유하는 활동들이 있었다.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네트워크나 특정 지역 내에서만 작동했다. 이제는 사실상 한계가 없는 전 세계적 네트워크 속에서 자원의 효율적 용이라는 취지까지 더해지며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개인적 소유에 얽매인다면, 엄두가 나지 않던 소비가 공유 서비스를 통해 가능해졌다. 개인의 합리적 소비와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을 통해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 본능과 공유경제 

국내에서도 2011년을 기점으로 공유경제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증가했다. 2016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유경제를 신산업으로 육성한다는 투자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국제적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의 사례가 폭발적으로 국내에 소개되었고, 공유경제를 가로막는 낡은 규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내 공유차 시장 규모는 2011년 6억원, 2014년 300억원에서 2016년에는 1,000억원을 넘어섰다. 대표적 업체인 쏘카와 그린카 회원 규모도 2014년 각각 51만명에서 2016년 240만, 210만명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고객의 약 60%가 20대로 이들이 어떤 세대보다 적극적으로 공유경제 서비스를 이용했다. 공유오피스도 국내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다. KT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 사이 200여개의 지점이 생겨났으며 연평균 63%의 성장을 거듭하는 중이다. 이러한 서비스들은 단순히 규모의 성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변화도 이끌고 있다. 공유오피스는 출퇴근 시간 단축, 창고대여, 키즈존 설치 등을 통해 기존에 임대 사무실을 사용할 때 해결할 수 없는 불만을 해결해주고 보다 편리하고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공유경제는 명확한 개념으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태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해 개인의 합리적 소비를 가능하게 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유하지 않아도 모두가 사용권을 쉽게 획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삶의 만족도를 향상하며 자원을 보다 풍요롭게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문제도 나타난다. 공동 사용이라는 미명아래 새로운 형태의 대기업이 출현해 과도한 이익을 챙기고, 배달 노동자나 가맹점주에게 우월적 지위를 행사하는 플랫폼 기업에 이윤이 집중되는 현상이 그것이다.

중국의 자전거 무덤 <출처: 아시아타임즈, https://cms.ati.ms/tag/ofo/>

공유경제가 바람직하게 정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결국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내 것과 남의 것을 나누고 공유재산일수록 낭비하고 함부로 사용하는 사람의 오래된 인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속성장을 하던 중국 공유자전거 오포(ofo)의 위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유경제 기업들의 과도한 경쟁 속에서 과잉 공급된 공유자전거와 공유의 사회적 의미와 거리가 먼 이용 행태가 결합해 결국 거대한 자전거 무덤만 남았다. 공유경제는 이용자의 상식과 신뢰에 기반해야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나만 만족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해서는 행복이 계속 커질 수 없다.

이서경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선임연구원, 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포럼 기획위원)

한국일보-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포럼 공동기획

※ 뉴스 기사 데이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서비스를 활용해 2010년 1월 ~ 2019년 11월 10일까이의 방송보도 및 신문 기사에서 추출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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