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차 확인장치 의무ㆍ통학차 확대… 계류법안 내년 4월 자동 폐기
부모 “사고 재발 않게” 호소, 文대통령 “스쿨존 쉽게 식별할 방안을”
민식이법, 해인이법, 한음이법, 하준이법, 태호·유찬이법. 아이들의 이름이 국회를 부유 중이다. 모두 안타까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아이들의 이름을 새긴 채 20대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이다. 통과 성적은 제로(0)다.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게만 해달라는 부모들의 호소는 길게는 3년째 여의도를 맴돌고 있다. 내년 4월 20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 법안들은 자동 폐기된다.
민식이법은 올해 9월 충남 아산 스쿨존(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차량사고로 숨진 9세 민식이의 이름을 따,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이다. 제한속도 시속 30㎞의 스쿨존에 CCTV 및 신호등 설치를 의무화하고, 가해자 처벌 수위를 높이는 내용이다. 해인이법은 2016년 4월 경기 용인에서 차량사고를 당했는데도 후속조치가 늦어 세상을 떠난 해인이 이름을 땄다. 어린이 안전사고에 대한 응급조치 의무화를 골자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강훈식 의원은 “민식이법은 내주 열릴 행안위 회의에서 소위로 넘겨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것”이라며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증액 요구도 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음이법은 2016년 7월 특수학교 차량에 방치된 채 숨진 8세 한음이의 사례를 막기 위해 권칠승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특수교육법 일부개정안(CCTV 설치 의무화) 등 3건의 법안이다. 이 중에는 어린이 하차확인장치 의무화 등을 담은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만이 통과됐다. 하준이법은 2017년 10월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주차 중인 차량이 굴러오는 사고로 세상을 떠난 4세 하준이를 기억하며 민홍철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차장법 일부개정안이다. 주차장 안전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태호·유찬이법은 올해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사고를 계기로 표창원 민주당 의원, 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이정미 정의당 의원, 이용호 무소속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4건 및 이정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이다. 어린이 통학차량 신고 대상을 넓히는 등의 내용이다. 이들 법안 모두는 해당 상임위 및 법제사법위에 계류돼 있다.
앞서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달 현역 국회의원 전원에게 법안 처리 의사를 묻는 동의서를 보냈지만 ‘동의’ 의사를 밝히며 적극 회신해 온 의원은 296명 의원 중 단 31%(92명)에 불과했다. 무관심에 애가 탄 민식군의 부모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대책을 호소하고, 19일 열린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에도 나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관련 질문을 했던 것이다. 이날 첫 질문자로 문 대통령에게 지목된 민식군의 엄마 박초희씨는 “아이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 대화 다음 날인 20일 운전자들이 스쿨존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실행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민식이법이 조속히 국회에서 통과되길 바란다며 법제화까지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해 스쿨존의 과속방지턱을 길고 높게 만드는 등 누구나 스쿨존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고 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한편 민식군의 아버지의 국민청원은 이날 오후 2시50분을 기점으로 21만7,000여명이 동의해 정부의 공식 답변 요건인 20만명을 넘겼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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