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중국은 내가 좋아하는 합의 해야 할 것”
미중 무역협상 ‘1단계 합의’가 교착상태에 놓이자, 다급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시 관세 인상 카드를 꺼내 중국을 압박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미국은 홍콩 시위 사태와 미중 간 무역협상을 연계할 의사까지 내비쳤다. 난항을 거듭하는 무역합의가 홍콩이라는 또 다른 변수까지 안은 형국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 각료회의를 앞둔 자리에서 중국과의 무역합의 문제와 관련, “중국은 내가 좋아하는 합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이다(that's it)”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우리가 중국과 합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관세를 더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양국은 이달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1단계 합의 서명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칠레의 대규모 시위 사태로 APEC 정상회의가 급작스럽게 무산, 무역합의 일정이 틀어지자 합의 내용을 두고 기싸움에 돌입한 양상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통신은 “관세 인하 방법과 시기, 그리고 중국이 얼마나 많은 미국산 농산물을 사기로 약속할 것인지가 난제”라고 관측했다.
미국은 무역합의와 홍콩 시위 사태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이날 인디애나폴리스 지역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폭력 사태가 무역 합의를 매우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가 적절하고 인도적으로 다뤄지지 않을 경우 중국과의 합의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이 같은 중국에 대한 압박은 연내 1단계 합의 무산 가능성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안감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거듭하며 핵심 지지층인 미 농가가 받고 있는 타격을 모른 체하기 쉽지 않다며 “쉽게 (중국과의) 회담을 포기하고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내 1단계 합의 동력을 떨어뜨릴 각오로 실제 추가 관세를 부과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방송에 출연해 “(미중 무역합의의) 서류 작업은 중요한 부분”이라며 양측 간 협상이 현재 미세 조율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합의 가능성에 대해 “희망이 없다면 협상은 중단됐을 것”이라며 “우리는 희망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연내 합의 가능성을 살려 두겠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