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여권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강행 처리와 지소미아 종료 결정 등 ‘총체적 국정 실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고 한다. 청와대가 18일 황 대표의 여야 영수회담 제안을 거부한 것도 단식 돌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절체절명의 국가 위기를 막기 위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무기한 단식 투쟁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 시점에 난데없이 단식 투쟁에 나선 것을 좀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지도부 용퇴론 등 당내 리더십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꼼수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황 대표는 ‘조국 사태’ 이후 반짝 지지율에 취해 박찬주 전 육군대장 영입 논란, 친박계 중심의 총선기획단 구성 등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로 계파 갈등만 증폭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3선의 김세연 의원이 과감한 인적 쇄신을 요구했지만 이에 개의치 않고 현 체제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여당이 여성ㆍ청년 대표를 총선기획단에 포진시키며 외연 확장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황 대표는 취임 이후 실정은 비판하되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합리적 대안정당을 포기한 채 강경투쟁으로 일관했다. 9월에도 패스트트랙을 저지하겠다며 삭발 및 장외투쟁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패스트트랙에 오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과 선거법 개정안은 여야 4당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국회에서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한국당 의견을 반영해야지, 장외에서 삭발과 단식 등 극한투쟁을 한다고 해결될 성질이 아니다.
한국당은 국정농단에 대한 참회와 반성을 토대로 보수의 새로운 가치를 정립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하지만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영남과 친박계 의원들 중심으로 퇴행적 정쟁에만 매달려 왔다. 여론조사에서 ‘혐오정당 1위’를 꿋꿋이 지키는 배경일 게다. 황 대표는 당장 단식 농성을 접고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기득권을 모두 내려놓고 당 해체 수준의 혁신을 하지 않고선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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