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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m’ 남은 대성호 선미 인양 진행 중…화재 원인 밝혀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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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m’ 남은 대성호 선미 인양 진행 중…화재 원인 밝혀지나

입력
2019.11.20 16:11
수정
2019.11.20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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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대성호 화재 실종자 수색 이틀째인 20일 해경 함정과 단정이 대성호 선미 부분이 있는 해역에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대성호 화재 실종자 수색 이틀째인 20일 해경 함정과 단정이 대성호 선미 부분이 있는 해역에서 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

지난 19일 제주 차귀도 서쪽 해상에서 발생한 갈치잡이 어선 대성호(29톤) 화재 사고의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20일 오후부터 표류 중인 대성호의 선미(선박 뒷부분)에 대한 인양절차에 돌입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제주대학교가 보유하고 있는 실습용 선박인 아라호(3,000톤)가 서귀포항을 출발해 같은날 오후 3시쯤 대성호 선미가 있는 해역에 도착해 인양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아라호는 선체에 있는 유압장비인 트롤 윈치 장비를 이용해 대성호 선미를 인양할 예정이다. 해경은 인양에 성공할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선박기술협회, 소방당국 등 관계기관과 공동으로 화재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성호는 지난 19일 오전 4시를 전후해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서쪽 76㎞ 부근 해상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해 선체 대부분이 전소됐다. 불에 탄 선체는 두 동강나 전복됐다. 현재 선미는 사고가 발생한 제주시 한경면 차귀도 남쪽 해역에서 전복된 상태로 표류하고 있다. 선수(선박 앞부분)는 사고 해역 인근에 침몰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고 해역 수심은 약 80m에 이른다. 해경은 수색 중인 경비함정에 설치된 음파 탐지기 등을 이용해 선수를 탐색할 예정이다.

대성호의 도면에 따르면 조타실을 중심으로 밑으로는 기관실이 있고, 그 뒤쪽으로는 선원 침실과 취사실, 창고 등이 설치돼 있다. 기관실 앞쪽으로는 어창과 창고 등이 있다.

인양 예정인 선미 부분은 대성호 전체 길이 26m 중 8m 남짓한 크기로, 취사실ㆍ침실과 연결되어 있는 부분이다. 해당 부분은 화재로 인해 까맣게 그을린 상태이지만, 발화지점인지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향후 인양되면 정밀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해경과 어민 등에 따르면 선박 화재의 원인은 기관실내 누전이나 합선 등 전기적 요인이 많고, 조리용 가스통 폭발, 엔진 과열 등 다양한 원인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성호가 전소된 이유는 어선이 화재에 취약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FRP 선박은 건조비가 비교적 저렴해 어선 건조에 많이 활용되지만, 외부 충격과 화재에 매우 취약한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대성호에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승선원들의 대피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날 구조됐지만 숨진 선원 김모(60)씨의 경우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채 해상에서 표류하다 해경에 발견됐다. 또 김씨의 옷차림이 작업복이 아닌 얇은 검은색 내의를 착용한 점을 감안할 때 화재 발생 당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자고 있다 갑작스럽게 화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해경은 이날 오후 김씨에 대해 부검을 실시한 결과 사인을 익사로 추정했다. 부검의 소견에 따르면 김씨는 이미 발생한 화염에 짧은 시간에 노출돼 상반신 부분에 2~3도 화상의 부상을 입었지만, 직접적 사인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날 오전 실종된 대성호 승선원 가족들 일부가 수색 작업이 이뤄진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대성호에는 선장 정모(55)씨를 포함한 한국인 6명과 베트남인 6명 등 모두 12명이 타고 있었고, 전날 숨진 김씨 외에 11명이 실종 상태다. 현재 제주에는 숨진 선원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 14명이 머물고 있다. 베트남 국적 선원 중 3명의 가족은 경남 통영에 머물고 있으며, 이들이 나머지 베트남 선원 가족들에게 사고 소식 등을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날 오후 1시쯤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에서 사고 현장 방문을 위해 침통한 표정으로 바다로 떠났다. 가족들은 아무 말 없이 침통한 표정으로 배에 올라탔다. 이날 실종 선원 박모(64ㆍ부산 연제구)씨 가족의 지인은 “할 말이 있겠냐. 오로지 찾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해경이 수색 범위를 넓혔다고 들었다. 그것만 믿고 기다리고 있다”며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제주 차귀도에서 발생한 대성호 화재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해경 수색 상황 등을 답사하기 위해 20일 오후 제주시 한림항에 준비된 해경 보트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차귀도에서 발생한 대성호 화재사고 실종자 가족들이 해경 수색 상황 등을 답사하기 위해 20일 오후 제주시 한림항에 준비된 해경 보트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자 가족들은 앞서 이날 오전 제주해양경찰서에 마련된 가족대기실을 찾아 수색상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도 이날 대기실을 찾아 실종자 가족들을 위로했다. 문 장관은 가족 방문 후 취재진과 만나 “가용세력과 최대의 자원을 총동원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며 “사고를 당한 분들에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 빠른 시간 내에 수색이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선원 가족들이 현재 굉장히 고통스럽고 어려운 상황이다. 어떤 말로 해도 위로가 되지 않겠지만 최대한 도움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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