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2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국정 대전환을 촉구하는 단식 투쟁을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곡기를 끊지 말고 정치를 끊기를 권한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20일 단식을 선언한 데 대해 정의당이 내 놓은 평가다. 한국당과 ‘보수 통합’을 논의하고 있는 바른미래당도 “뜬금 없다. 우리 정치수준을 얼마나 더 떨어뜨릴 것인가”라고 쓴소리를 했다. 황 대표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ㆍGSOMIA) 파기 철회, 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법 철회 등을 주장하며 단식에 돌입했지만, 명분과 당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다만 20대 국회를 깡통으로 만든 책임은 여야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게 국회 안팎의 평가다.

20대 국회가 ‘세금 도둑’이라는 점은 법안 처리 실적으로도 드러난다. 2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6년 5월 30일부터 이 날까지 총 2만3,807건의 법안이 발의됐다. 역대 최대치이지만, 처리된 법안은 7,528으로 31%에 불과하다. 지난 17대 국회 50.3%, 18대 44.4%, 19대 41.7%에 비해서도 차이가 크다.

지난 4월 국회 의안과 앞에서 민주당의 법안접수 저지를 위해 자유한국당의원 당직자들이 밀고 들어가려는 민주당 의원들을 막으며 몸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의원들이 일하는 모습도 보기 힘들었다. 올해만 해도 1월과 4월 임시국회가 개점 휴업이었고, 2월과 5월 정기국회는 개회조차 못했다. 그나마 6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선거법개정안과 사법개혁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사태로 국회가 난장판이 됐다. 7월부터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임명 강행 사태로 정국 공백이 계속됐다. 의원들은 이 같은 무노동에도 월 1,000만원이 훌쩍 넘는 월급을 꼬박꼬박 받아챙겼다.

식물 국회의 책임은 여야 모두에게 있다. 여야는 지난해 말부터 ‘김태우 특검’ ‘손혜원 국정조사’ ‘신재민 청문회’ 등으로 공방을 벌였다. 청와대의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미선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 등으로 야당의 반발을 샀다. 패스트트랙 사태 땐 여야가 타협과 중재를 거부하면서 국회를 올 스톱시켰다. 제1야당 대표인 황 대표는 조국 정국에서 광화문 장외 집회를 주도하거나, 야당 대표 최초로 삭발을 감행하기도 했다. 국회 안팎에서는 “20대 국회가 일하는 모습 말고 보여줄 것은 다 보여준다”는 조소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임종석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들을 방문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한 목소리로 황 대표의 단식에 비판을 쏟아냈지만,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와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지난해 12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요구하며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12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2016년 6월에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박근혜 정부의 지방재정 개혁안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흘동안 단식농성을 했다.

여야는 식물 국회 오명을 벗기 위해 ‘국회 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속도는 더디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지난 18일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 5배 이내로 한정하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 의원은 한 명도 발의에 참가하지 않았다. 민주당 역시 의정활동 기간 무단 불출석한 의원의 세비를 삭감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내부 반발에 부딪혀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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