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평행선, 파업 장기화 우려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간 20일 오전 대전역에서 코레일 관계자가 매표창구 축소 운영과 관련한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 있다. 연합뉴스

‘4,654명vs 1,865명vs 0명.’

20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파업의 핵심 쟁점인 인력 증원 숫자를 놓고 철도노조와 코레일, 정부가 양보 없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철도노조는 노동시간 단축과 안전인력 충원을 위해 4,654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정부는 노조뿐 아니라 코레일의 주장(1,865명 충원)도 산정 근거가 불충분하다고 보고 있어 갈등 해소의 접점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철도노조 파업의 핵심 요구는 인력충원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11월 기준 임직원 3만2,000여명 중 역무원, 시설 정비 등을 담당하는 직원 1만여명이 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3조2교대(주간-주간-야간-야간-비번-휴일)로 근무를 하는데, 주52시간 근로시간제(이하 주52시간제)가 시행되면서 지난해 6월 철도 노사가 4조2교대(주간-야간-비번-휴일)로 근무체계를 바꿔 내년 1월부터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3조2교대는 야간(오후7시~다음날 오전9시) 근무를 연달아 두 번 하고 휴무를 하지만, 이 경우 근무와 근무 사이 법정 휴게시간이 보장 안돼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없다. 이에 4조2교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이다. 서울지하철공사와 부산지하철공사도 내년부터 4조2교대를 정식 도입한다.

문제는 교대제 개편에 필요한 인력 숫자다. 철도노조는 기존 3조2교대 근무자 전환 시 필요인력(3,202명)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자(993명), 시설분야 야간 격일제 근무자(459명)를 포함, 총 4,654명의 새로운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코레일은 올해 삼일회계법인에 연구용역을 맡겨 추산한 결과를 바탕으로 단순 필요인력은 4,188명이지만, 전환 배치 등으로 인력 운영 방식을 최적화하면 총 1,865명 충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인력충원의 키는 정부가 쥐고 있다. 코레일은 정부가 책정한 예산 안에서 인건비를 통제 받는 공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철도노조는 물론 코레일의 요구도 ‘방만경영’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코레일이 작년에 90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는데 1,800명만 충원해도 내년엔 3,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한다. (코레일이) 재원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지, 자구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부터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차관은 “현재 3조2교대 주간 근무시간이 39.3시간인데 노조 요구 수용 시 31시간, 코레일 요구 수용 시 35시간으로 전체 근로자의 최저 수준이 된다”며 “이렇게 가면 선진국 수준이 되겠지만, (예산을 부담할) 국민들이 동의를 하겠느냐”고 말했다.

국토부에 대화를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던 철도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백성곤 철도노조 미디어소통실장은 “정부가 주52시간제를 시행해 노사가 근무체계 개편에 약속하고 1년6개월간 준비를 해왔는데, 국토부가 철도노조와 지금껏 대화(협의) 없이 안일하게 대처해온 게 아니냐”며 “코레일의 적자를 우려하는데, 국토부가 KTX-SRT 통합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면 적자도 상당부분 해소되고 국민들의 철도요금도 인하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3조2교대 적용 시 연간 근로시간은 2,000시간이 넘는데, 2017년 세계철도연맹(UIC) 자료 기준 캐나다 1,780시간, 일본 1,680시간 수준이어서, 4조2교대 합의 당시엔 이런 기준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차관은 “한 번의 대화라는 것엔 국민 부담이 수반된다”며 “(인력충원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가져오라”고 일축했다.

철도노조-코레일-국토부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번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도노조는 2016년 74일간 파업을 지속한 바 있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산업안전연구팀장은 “철도의 경우 안전규제가 늘어나면서 안전인력이 필요한 부분이 있지만, (자동화 등으로) 일감이 줄어드는 곳도 있기 때문에 필요인력에 대해선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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