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빈드먼 미국 육군 중령이 29일 하원 청문회장에 정복을 입고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현역 미군 장교가 ‘퍼플 하트’(Purple Heartㆍ복무 도중 전사했거나 부상을 입은 상이군인들에 수훈되는 훈장)를 가슴에 달고 미국 하원 의사당에 들어섰다. 이라크전 참전 기장과 레인저(Ranger) 기장도 붙인 채였다. 사람이 아닌, 국가에 충성을 다한다는 군인의 기상을 강조한 풍모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 파견 근무 중인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이 19일(현지시간) 이처럼 미국 육군 정복을 빈틈없이 차려 입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우크라이나 의혹’ 청문회에서 관련 증언을 하기 위해 워싱턴 의사당에 서자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그가 차림으로 발산한 메시지에 주목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상대가 대통령이라도 움츠러들지 않고 군인의 의무를 다하겠다는 의지. 더 이상 그의 ‘애국심’을 폄훼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았다.

19일(현지시간) 미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장에 선 빈드먼 미 육군 중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전화통화를 직접 들은 당국자 중 처음으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증언했다. 빈드먼 중령은 “우크라이나가 2016년 선거(미 대선)와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부자, (헌터 바이든과 관련된 회사인) 부리스마와 관련한 수사를 추진했다면 당파적 행동으로 해석됐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의심할 여지 없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약화하고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를 진전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돌프 줄리아니가 “미국의 우크라이나 정책을 훼손하는 허위 정보를 조장했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가해진 증언의 파괴력도 강렬했지만, 더 관심을 끈 것은 빈드먼 중령의 정복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빈드먼(의 제복)은 1986년 이란-콘트라 사건의 주역이었던 올리버 노스 중령이 착용했던 해병대 제복 이후 가장 잊을 수 없는 이미지를 남겼다”라고 썼다. 워싱턴포스트도 “빈드먼의 제복은 큰 울림이 있었다. 제복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평했다. 빈드먼 중령은 데빈 누네스 하원의원(공화ㆍ캘리포니아)의 “빈드먼 씨(Mr. Vindman)”라는 호칭에 대해 “빈드먼 중령이라고 불러 달라”며 현역 군인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내가 오늘 입은 제복은 미국 육군의 제복이다. 우리는 특정 정당이 아닌, 국가에 봉사한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관련, NYT는 빈드먼 중령은 애국심이 넘치고 당파적 관심과 대통령에 대한 적대감이 없는 증언을 했다고 전했다. 앞서 빈드먼 중령은 3세 때 구소련에서 가족과 함께 이주했다는 이유로 ‘애국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빈드먼 중령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유럽ㆍ러시아 담당 특별보좌관인 제니퍼 윌리엄스는 이날 청문회장에 출석해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통화 내용이 “이례적”이라고 증언했다. “국내 정치 문제로 보이는 것에 대한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윌리엄스 보좌관은 덧붙였다. 공화당 측이 요청한 증인인 커트 볼커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특사는 오후 증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해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아들 헌터 바이든을 조사하도록 했다”고 말해 공화당의 기대를 저버렸다.

한편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미국의 영향력을 이용해 개인적인 이득을 꾀했다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을 지낸 틸러슨 전 장관은 18일 미국 공영 PBS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조사를 촉발한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해 "미국의 해외 원조든 무기 혹은 영향력이든, 이를 이용해 일종의 개인적 이득을 추구했다면 잘못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은 자신이 해임된 이후에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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