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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at] 끝이 보이지 않는 ‘악플러’와의 전쟁

입력
2019.11.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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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성 댓글에 웹툰 ‘돼지 만화’ 휴재

연예인 자살 이어 잇따른 폐해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차라리 댓글 창을 보지 않는 게 속 편할 때가 있습니다. 당하는 사람이 꼭 내 자신이 아니더라도 정당한 비판을 넘어선 인신공격성 댓글을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되죠. 모니터 뒤에 숨어 남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하는 사람들! ‘키보드 워리어(인터넷상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하거나 욕설 등을 무차별적으로 적는 누리꾼을 지칭하는 말)’, ‘악플러(악성 댓글을 작성하는 이를 지칭하는 말)’라고 하는데요. 이들의 행동을 뜻하는 ‘손가락 살인’이라는 신조어도 생겼습니다.

악플러들의 손가락 살인은 인터넷이 생긴 이래로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악성 댓글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연예인들의 기사에도 악플이 달리는 비극까지 벌어지곤 하죠. 지난달 14일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ㆍ25)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뒤 악플은 사회 문제로도 떠올랐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악플 근절 자정 운동이 벌어진 건데요.

하지만 이것도 잠깐이었나 봐요. 73화째 연재하던 한 웹툰 작가가 거듭된 악플에 고통을 호소하며 결국 휴재하게 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겁니다.

네이버 웹툰 '돼지 만화' 작가를 향한 악플들. 네이버 웹툰 캡처
네이버 웹툰 '돼지 만화' 작가를 향한 악플들. 네이버 웹툰 캡처

“작가님의 건강 문제로 휴재 중이며, 복귀 일정을 협의 중입니다. 악성 댓글은 이용 제재 및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포털사이트인 네이버 웹툰 서비스에 연재되던 ‘돼지만화’ 73화 말미에 이 문구가 올라온 뒤에야 변화가 일어났어요. 적어도 악플은 사라진 겁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만화가 70회 넘게 이어지는 동안 네이버 측은 뭘 했냐”며 비판을 이어갔지요. 한 누리꾼은 “네이버 담당자는 평가가 안 좋으면 피드백을 해야지 왜 가만히 지켜만 보다가 일을 키우냐”며 “이제 와서 댓글 조절한다고 해답이 아니다(kk****)”라고 지적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2014년 8,880건에서 2018년 1만 5,926건으로 4년 만에 2배 가까이 급증했습니다. 악플은 사회 문제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대책도 잇따랐지만 악플은 줄어들 기세가 전혀 보이지 않네요.

가수 설리가 숨진 뒤 국민청원에서도 악플을 근절하기 위한 방안으로 인터넷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주장까지 나왔지요. 여전히 뾰족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문제는 지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는데요. 박대출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방통위 국감에서 “표현의 자유를 넘어 언어폭력의 자유, 손가락 살인의 자유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고 지적하며 악플 근절을 위해 인터넷준실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도 “법안이 발의되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공감하는 태도로 답변했어요.

실제로 나온 법안도 있을까요? 박 의원은 인터넷준실명제 관련 법안 발의를 예고하며 이를 ‘설리법’이라고 하겠다고 밝혔고요.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사이버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사전 교육을 강화하자는 내용인 ‘국가정보화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달 29일 발의했습니다. 같은 당 박선숙 의원도 그보다 앞선 지난달 25일 악플 피해 당사자가 아니어도 삭제 요청을 할 수 있게끔 하는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어요. 남은 건 국회가 열심히 일해 이런 법들을 통과시키는 것입니다.

카카오는 악플 문제가 대두된 후 아예 댓글 기능을 없애는 시도를 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달 25일 설리의 사망에 애도를 표하며 악플의 부작용을 해결하는 방안 중 하나로 연예 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한다고 밝혔는데요. 카카오 측은 연예 뉴스뿐만 아니라 앞으로 댓글에 혐오·인격 모독성 표현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하네요.

현재 악플에 구체적으로 대응하려면 피해자 개인이 모욕죄, 명예훼손죄를 물어 고소하거나 대리인이 나서 고발을 하는 방법이 있는데요. 공동소송 스타트업인 ‘화난 사람들’은 지난 5일부터 ‘악플 아웃 캠페인’을 열어 눈길을 끌었지요. 캠페인 기간 신고된 악플 수가 가장 많은 연예인의 팬들을 대신해 변호사가 악플러를 고발한다는 취지입니다.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 바로 악플을 쓰지 않는 것입니다. 모니터 뒤에서 무심코 적은 글이 혹시 합리적인 비판이 아니라 무분별한 비난은 아닐까요? 모르는 사람을 상처주지 않기 위해 되돌아보는 노력도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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