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523개 업체가 아세안에 신설법인... 中엔 238곳만 진출
베트남 투자액 10년새 50배... 저임금ㆍ법인세 혜택 등 요인
중국에 집중됐던 국내 제조 기업의 해외 직접 투자가 2011년 이후 베트남 등 아세안 10개국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018년 아세안에 새로 터를 잡은 국내 제조업체가 523개에 달한 반면 중국은 238개로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중국이 급격한 인건비 상승 등으로 투자 매력을 잃어가는 동안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들은 법인세 혜택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낮은 인건비, 잠재력을 가진 소비 시장 등의 장점을 앞세워 한국 기업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경제 보복, 미ㆍ중 무역갈등 등 대외 변수로 투자 위험성이 부각되고 있는 중국을 대신할 ‘기회의 땅’으로 아세안 국가들이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2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펴낸 ‘국내 제조업의 아세안 국가 이전 현상과 원인’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해외 투자 가운데 중국 투자 비중은 2001~2010년 43.2%였으나, 2011~2019년엔 31.0%로 뚝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아세안 국가 투자 비중은 13.4%에서 21.4%로 8%포인트 증가했다. 우리나라 기업이 해외에 세운 신설 법인도 중국에 설립한 비중이 같은 기간 64.6%에서 28.4%로 36.2%포인트 급감한 반면, 아세안 국가 비중은 13.5%에서 37.7%로 24.2%포인트나 증가했다.
특히 베트남 집중 현상이 도드라졌다. 10년 전인 2009년 베트남에 새로 설립한 회사는 17개에 불과했는데 2018년엔 415개로 24배 가량 급증했다. 투자금액 역시 같은 기간 3,900만 달러에서 19억5,300만 달러로 약 50배 늘어났다.
반면 우리 기업이 세운 중국 내 신규 법인은 같은 기간 418개에서 238개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정봉호 한경연 지역협력팀장은 “중소 제조기업으로 한정하자면 베트남에 대한 투자금액은 이미 2014년부터 중국을 역전하기 시작했다”며 “2017년에도 대(對) 중국 투자액(4억3,000만 달러)보다 1.7배나 많은 7억2,000만 달러가 베트남에 투자됐다”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2009년 신설법인 30→2018년 38개), 미얀마(0→19개), 태국(11→16개), 싱가포르(4→12개) 등 다른 아세안 국가로의 국내 제조업체 이동 현상도 두드러졌다.
한경연은 △낮은 인건비 △파격적인 투자인센티브 △높은 성장률과 젊은 시장을 국내 제조업이 아세안을 공략하는 이유로 꼽았다. 실제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하면 아세안 8개국 제조업 근로자 임금 수준은 한국의 6~22%에 불과하다. 베트남은 하이테크 산업 분야에 대해 4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이후 9년간 50% 감면)을 주고, 일반 기업의 외국인 투자 한도를 철폐했다. 반면 중국은 2008년부터 자국 기업(33%)에 비해 유리했던 외국기업의 법인세율(15~24%)을 첨단산업을 제외하고 25%로 단일화했고, 최저임금 등 노동비용이 꾸준히 상승하면서 투자 환경이 나빠졌다.
정부 역시 아세안을 향한 ‘신남방 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25, 26일 부산에서 열리는 ‘한ㆍ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한ㆍ아세안 공동비전 성명’을 채택한다. 이를 토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신남방정책 2.0’에 속도를 내겠다는 게 청와대의 복안이다.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3P’ 분야별 미래 협력 방향이 담긴 ‘한강ㆍ메콩강 선언’을 채택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의를 계기로 신남방정책을 중간 점검하고 새로운 사업들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3P는 사람(People), 번영(Prosperity), 평화(Peace)를 가리킨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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