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의 ‘빅매우스’ SK 최준용(왼쪽부터)-삼성 이관희-KCC 이대성-오리온 장재석. KBL 제공

“최선을 다하겠다”, “더욱 집중하겠다” 같은 틀에 박힌 인터뷰 답변은 팬들에게 피로감을 준다. 프로 선수라면 톡톡 튀는 한마디로 자신의 개성을 어필할 줄도 알아야 한다. 경기 내용과 함께 풍성한 스토리가 더해질 때 리그의 가치도 올라가기 때문이다.

최근 프로농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원’ 선수들의 가식 없는 입담에 덩달아 흥이 나고 있다. 대표적인 4차원 캐릭터 중 한 명인 최준용(25ㆍ서울 SK)은 화려한 플레이와 다양한 세리머니로 농구 팬들을 즐겁게 해준다. 인터뷰 때 쓰는 표현도 독특하다.

19일 창원 LG와 홈 경기에서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의 중심을 무너뜨린 뒤 노마크 기회에서 슛을 실패한 것에 대해 그는 “수비가 넘어진 것을 보고 (미국프로농구 스타) 제임스 하든(휴스턴 로키츠)이 된 기분이었다”면서 “하지만 슛이 안 들어가더라. 내 그릇이 거기까지였다”고 멋쩍게 말했다. 또한 홈 팬들이 많은 것을 두고 “내 지분이 80%”라고 답했다가 재차 “30%”로 수정하기도 했다. 최준용은 대표팀에서도 자신이 없는 대표팀을 “지드래곤 없는 빅뱅”이라고 빗대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올 시즌 하위권 후보로 평가 받았던 서울 삼성을 중위권에 올려놓은 이관희(31)도 인터뷰로 팬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선수다. 이관희는 13일 안양 KGC인삼공사전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대뜸 “전주에 중요한 약속이 있어 경기를 빨리 끝내자고 했다”고 말했다. 나흘 뒤 전주 KCC와 원정 경기를 겨냥한 발언이었다. KCC에는 KGC인삼공사시절부터 ‘앙숙’ 관계였던 이정현(32)이 몸 담고 있고, 트레이드로 국가대표 이대성(29)과 라건아(30)까지 합류한 상태였다. KCC에 선전포고를 한 이관희는 17일 승부에서 시즌 최다인 27점을 몰아넣어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는 “약속을 지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프로농구에서 단짝으로 소문 난 이대성과 장재석(28ㆍ고양 오리온)은 워낙 말주변이 뛰어난 선수로 팬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지난 시즌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과 플레이를 자유롭게 해달라는 ‘자유이용권’을 두고 밀고 당기기를 했던 이대성은 이번 시즌 중 갑작스러운 대형 트레이드에도 긍정의 힘을 유지했다.

이적 후 KCC 데뷔전 당일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에 그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했다”며 “노를 저어서 무조건 우승해 (리그의) 흥행을 시켜야겠다”고 말했다. 또 데뷔전에서 충격의 무득점 이후 사전에 출연이 예정된 한 온라인 방송에 나가서도 “KBL(한국농구연맹)에 이런 관심이 흔치 않은데 감사패라도 줘야 한다”고 했고, 경기 전 몸을 풀 때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 한 것을 두고는 “5분 정도 손흥민이 된 것 같았다”며 웃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마친 뒤 올 시즌 코트에 복귀한 장재석은 독특한 주무기로 팬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 무기는 훅슛(한쪽 팔을 머리 위로 뻗어 던지는 슛)과 플로터(높은 포물선을 그리는 레이업 슛)의 중간 개념인 ‘훅로터’다. 장재석은 “지인이 ‘훅로터’라고 하길래, 나도 그렇게 부른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엔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NBA 전설이자 훅슛이 일품이었던 카림 압둘자바를 빗대 “올해 ‘카림 압둘재석’으로 진화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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