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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 강요당할 때 아세안과 연대하면 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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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냐 중국이냐, 선택 강요당할 때 아세안과 연대하면 유리”

입력
2019.11.21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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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립외교원장 인터뷰]

“美中 어느 한 쪽 가담은 자해행위… 아세안과 전략적 파트너십 필요”

19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본보와 만난 김준형 원장은 연장하라는 미국의 압박 속에 종료가 임박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관련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원인이고 원인만 소멸되면 쉽게 복원할 수 있다”며 “일본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회복할 때에도 국내 여론이나 중국의 반발 같은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19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본보와 만난 김준형 원장은 연장하라는 미국의 압박 속에 종료가 임박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과 관련해 “일본의 수출 규제가 원인이고 원인만 소멸되면 쉽게 복원할 수 있다”며 “일본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회복할 때에도 국내 여론이나 중국의 반발 같은 문제가 없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현재 패권을 놓고 각축 중인 미국과 중국이 앞으로 더 노골적으로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할 가능성이 큰데, 그 때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ㆍASEAN)은 우리가 전략적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핵심 연대 대상이다.”

19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본보와 만난 김준형(56) 원장은 ‘대(對)아세안 외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국제정치학자 출신인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시그니처 외교 정책’인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의 개념을 만들고 정책 제안까지 한 인물이다.

그는 “한국 외교가 지금껏 지나치게 4강(미ㆍ중ㆍ러ㆍ일) 위주였던 데다 특히 미ㆍ중 전략 경쟁의 압박이 점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4강 의존에서 벗어나 대안적 연결 구조를 창출해내야 돌파구가 마련될 수 있다”며 “신남방ㆍ신북방정책이 배태된 배경”이라고 소개했다.

당위뿐 아니라 기회도 없지 않다는 게 김 원장 얘기다. “미ㆍ중으로부터 선택을 강요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세안도 우리와 비슷한 처지인 만큼 양측이 전략적 파트너십을 추구할 이유는 충분하다”며 “내주 열리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맞아 ‘마크’를 찍고 관계의 전략적 지위까지 격상시켜 새로운 차원을 열어보자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_왜 신남방정책에 현 정부가 무게를 싣나.

“한반도 신경제지도나 신한반도 체제, 가교 국가 등을 낳은 문제의식도 같다. 4강에서 벗어나면서 연결 구조를 가져보자는 거다. 학자들은 발칸반도와 함께 한반도의 지정학적 조건을 저주라고까지 부른다. 지리적 위치가 국가의 정치적 운명을 결정한다는 게 지정학의 전제인데, 우리나라의 위상이 세계 10위권까지 성장했다고 해도, 주변국들은 1, 2, 4, 7위쯤 된다. 여전히 우리 앞에 있다는 거다.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이나 중국의 일대일로, 최근 미일의 인도ㆍ태평양 전략까지 전부 우리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강대국의 지역 구상이다. 강대국들의 영향력 확대 움직임 속에서 수동적 상황에 놓일 바에야 차라리 우리가 적극적으로 지역 비전을 만들어 우리가 가진 것들을 연결시키자. 이게 신남방ㆍ신북방정책의 당위이자 목표였다.”

_외교 다변화와 같은 맥락인 듯하다.

“여전히 우리의 ‘플랜A’는 4강 외교이고 최우선은 미국이다. 하지만 미중 전략 경쟁이 우리에게 줄 외교적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플랜B’, 나아가 ‘플랜C’가 필요하다. 강대국들이 갈등하게 되면 국가들이 이기적으로 변하고 편 가르기와 진영 싸움도 일어난다. 자연스럽게 우리 입지도 좁아진다. 이에 대비해 만들어둬야 하는 게 우군(友軍)과 전략적 레버리지다. 가령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폐지되고 미국이 한반도에 INF를 배치하겠다고 할 경우 우리 혼자 거부하기보다 비핵지대인 아세안과 함께 얘기하는 게 국제 규범 준수를 미국에 요구하거나 미중 핵 경쟁을 비껴가는 데에 유리하다.”

_상대적으로 신북방보다 신남방 쪽이 더 잘 굴러가는 것 같다.

“신북방의 경우 방향은 옳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다. 일단 북한이 열려야 하고 러시아 문제도 있다. 반면 신남방은 당위도 맞고 현실도 가능하다. 무역 등 경제 협력이나 한류 같은 문화 교류 면에서 활발하다. 무엇보다 아세안 국가들이 일본이나 중국보다 한국을 좋아한다는 게 우리의 상대적 경쟁력이다. 일본하고는 과거사 문제가 있는 데다 자기들을 경제적으로만 본다는 게 아세안의 인식이고 중국의 개발을 수용하면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호감도를 더 상승시키는 게 중요하다.”

_내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부대행사로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방시혁 대표와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대표의 대담이 회의 기간 열린다.

“문화처럼 소프트한 부분이 정서적 소구에 긴요하다.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국가는 주도하기보다 옆에서 돕는 역할을 맡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_특별정상회의의 성공을 위해 정부가 공을 많이 들이고 있다.

“아세안 10개국은 강대국과의 외교에서 헤징(위험 회피)을 잘한다. 개발도상국들이어서 우리 도움이 필요하지만 우리에게도 전략적으로 도움이 된다. 미ㆍ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때 아세안과 연대하면 균형 잡기가 용이해진다. 전략적 파트너십의 여지가 크다. 더욱이 신남방은 아세안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인도나 호주, 뉴질랜드까지 확장성이 있다. 임기 반환점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아세안 10개국을 모두 다녀왔다. 특별정상회의를 통해 관계 수립 30년을 기념하고 전략적인 지위까지 상승시킨다는 게 문 대통령의 뜻이다.”

_한-메콩(미얀마ㆍ라오스ㆍ캄보디아ㆍ베트남) 정상회의가 별도로 개최된다.

“한-메콩은 개발 협력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한 프로젝트다. 미ㆍ중의 시그니처 정책은 온건하다. 인도ㆍ태평양 전략도 앞에는 ‘자유롭고 개방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이빨을 숨기고 있는 거다. 이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양쪽에 다 들어가 미일과 중국 사이의 경계선이나 진영을 흐리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메콩은 경계 지점이지만 경계를 흐릴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미ㆍ중 가운데 어느 한 진영에 가담하는 건 자해 행위나 마찬가지라는 게 김 원장의 생각이다. 그는 “개별 사안에 대해서는 한미일 군사 협력이 가능할 수 있지만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한미일 군사 동맹에는 결코 들어가면 안 된다”며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ㆍ경제적 의존도 하향)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대책도 없이 무작정 미국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냉전적 사고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_공교롭게 내일(20일)이 취임한 지 100일째다. 임기 중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공직자로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 내년은 북미가 으르렁대던 2017년으로 돌아가느냐, 남북ㆍ북미 간 대화 분위기가 뚜렷했던 2018년을 발전시키느냐의 갈림길이다. 올해가 현실이다. 2018년을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비핵화까지 가는 게 현 정부의 목표다. 외교원장으로서는 전략적 사고가 가능한 외교관을 길러내기 위한 토대를 닦는 게 포부다. 전략연구센터를 만들고 싶다. 국민을 외교 자산으로 만들기 위한 대국민 소통도 활발하게 하겠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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