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서구에 사는 A(43)씨는 몇 년 전 세종시 신도심(행정중심복합도시) 아파트를 분양 받은 뒤 지금까지 전세로 임대하고 있다. 시세보다 아주 낮게 세를 줬지만 속으로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몇 년 새에 아파트 호가가 2억원 넘게 올랐기 때문이다. A씨는 “가격을 후하게 줄테니 아파트를 팔라는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연락이 지금도 종종 오고 있는데, 세종시에 호재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판단해 최소 2~3년은 더 임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세종시 개인주택 10채 중 4채는 외지인 소유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율이 지난해보다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높다. 세종시 부동산 시장이 각종 호재에 편승한 외지인들의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19일 발표한 ‘2018 주택소유통계 결과’에 따르면 외지인이 소유한 세종시 주택은 3만5,500가구로 전체의 35.9%를 차지했다.
세종시 외지인 소유 주택 비율은 전년(37.4%)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전국 17개 시ㆍ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세종시 주택을 소유한 외지인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대전 유성구(12.7%ㆍ4,500가구)가 가장 많았고, 서구(10.1%ㆍ3,600가구), 충북 청주(9.2%ㆍ3,300가구)가 뒤를 이었다.
세종시 주택을 외지인이 많이 소유하는 이유는 전국구 청약제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세종시 행정도시 아파트는 2016년 7월부터 ‘신행정수도 후속 대책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지역우선공급 물량이 50%(세종시 1년 이상 거주자)로 축소되고, 나머지 50%를 기타 지역 1순위로 공급된다. 전국 어디서나 청약을 가능토록 해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집중화 감소 등을 꾀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전국구 청약제가 외지인 주택 소유의 통로가 되면서 이들의 부동산 투기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지난해 9ㆍ13 부동산 대책으로 1주택자들은 기존 주택 처분을 조건으로 청약하도록 규제가 강화됐지만, 대책 이전에 청약 당첨된 외지인들은 투자 목적으로 세종시 주택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많은 외지인들의 투기를 위해 세종시 주택을 소유하면서 정작 실수요층은 입지가 좁아져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전국구 청약제가 투기지역 등 3중으로 묶인 세종시 부동산 규제 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세종시에 적용된 투기과열지구 해제를 위해선 청약경쟁률이 5대 1을 넘지 말아야 하는데, 전국구 청약제 탓에 경쟁률이 크게 치솟아 해제 요청 자체를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종시 신도심 한 공인중개사는 “전국구 청약제 등을 통해 외지인 투자가 몰려든 게 사실이지만, 지금은 규제가 강화돼 쉽지 않을 것”이라며 “실수요자 중심 부동산 시장을 만들려면 무주택자 등을 위한 대출 규제 완화 등 규제를 하더라도 운영의 묘를 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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