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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하면 1회 충전으로 서울→부산 가고도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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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과학]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하면 1회 충전으로 서울→부산 가고도 남아

입력
2019.11.23 13: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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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 시내 도로에선 전기차보다 가솔린ㆍ경유차가 많이 달리지만, 미래에 생산되는 자동차는 전기차처럼 화석 연료를 쓰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세계에서 200만대 가량 팔린 전기차는 올해에는 약 400만대 가까이 판매되면서 1년 만에 시장이 2배 이상 성장했다. 자동차 업계는 올해 전기차 판매 비중이 전체 자동차 시장의 4%를 넘어서면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대중화의 길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40년에는 전기차가 전세계 승용차 시장의 5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의 성능을 좌우하는 건 대용량 배터리다. 배터리는 과거에는 손전등이나 휴대용 CD플레이어를 작동시키는 용량이 적은 배터리가 대표 제품으로 꼽혔으나, 지금은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들어가는 대용량 제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많이 이용하는 자동차에 배터리가 접목되면서 한번 충전에 수백㎞ 주행을 가능하게 해주는 대용량 배터리 기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전기차를 움직이려면 스마트폰의 수천 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전기차에는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의 배터리 팩이 탑재된다. 이 팩 안에는 배터리를 여러 덩이로 묶은 모듈 뿐 아니라 배터리 보호 시스템과 각종 제어 장치도 들어가 있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다. 이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들은 같은 부피, 크기의 배터리 안에 더 많은 에너지를 넣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전기차는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한 거리가 약 300㎞이지만 주요 배터리 업체들은 이를 600㎞로 늘리기 위한 기술 개발에 나선 상태다.

리튬이온 배터리 4대 구성요소
리튬이온 배터리 4대 구성요소

무게 1톤이 넘는 자동차를 한번 충전에 수백 ㎞를 달리게 하는 대용량 배터리의 비밀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전기차에 주로 쓰이는 2차 전지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작동원리를 살펴봐야 한다. 2차전지는 한번 쓰고 버리는 전지와 달리 충전해서 반영구적으로 사용하는 배터리를 뜻한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크게 양극, 음극, 전해액, 분리막의 4개 구성 요소로 이뤄져 있다. 양극은 리튬이온이 평소 거주하는 ‘본가’ 같은 공간으로, 일반적으로 리튬(Li)과 산소(O)가 만난 리튬산화물(Li+O)로 구성돼 있다. 충전할 때는 양극을 이루는 물질 중에서 리튬이온만 쏙 빠져 나와서 음극으로 옮겨 간다. 반대로 방전 시에는 리튬이온이 원래 살고 있었던 집인 양극으로 돌아가고, 이 때 전기가 발생하게 된다.

음극은 주로 천연 흑연으로 이뤄져 있다. 흑연은 마치 종이가 겹쳐 있는 것과 같은 층상구조를 갖고 있는데, 충전할 때 양극에서 빠져 나온 리튬이온들이 이런 층상구조 사이에 들어가 있다가 방전 시 다시 양극판으로 돌아가게 된다.

유기용매로 이뤄진 전해액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배터리 양극과 음극 중간에 있는 분리막은 미세한 구멍이 있어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을 오갈 수 있게 하지만, 양극과 음극의 물리적 접촉을 막아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리튬이온 배터리의 구조상 배터리의 용량은 양극판이 얼마나 많은 리튬이온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양극판은 리튬과 금속성분의 조합으로 구성되는데, 금속의 종류와 비율에 따라 서로 다른 특성이 나타난다. 통상 니켈(Ni)은 고용량, 망간(Mn)과 코발트(Co)는 안전성, 알루미늄(AI)은 출력 특성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들 소재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배터리 특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원하는 만큼 전기차 주행 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양극판 니켈의 함유율을 높여야 한다. 때문에 배터리 제조사들은 니켈 함유량이 80% 이상인 ‘하이니켈’ 양극재 개발에 나선 상태다. 배터리 업계는 니켈이 90%이상 함유된 양극재 개발에 성공할 경우 전기차 주행거리가 600㎞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가 약 325㎞인 점을 감안하면 1회 충전으로 전국 어디나 갈 수 있는 셈이다.

음극판 소재인 흑연 층상구조에 리튬이온이 저장된 모습
음극판 소재인 흑연 층상구조에 리튬이온이 저장된 모습

양극판이 배터리의 용량을 결정한다면 음극은 배터리의 수명을 결정한다. 현재 리튬이온 전지의 음극 소재로는 흑연이 사용되고 있는데, 흑연은 아파트와 같은 층상구조다. 바로 이 층상에 리튬이온이 머물다가 방전 시 다시 양극판으로 돌아가는 데, 이 과정을 오래 반복하다 보면 층상 구조 사이가 넓어지는 등 구조 변화가 일어난다. 배터리를 오래 쓰다 보면 사용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음극의 구조 변화 때문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고 대용량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위해 전기차 업계는 실리콘(Si)을 주 재료로 하는 차세대 음극 소재도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실리콘은 흑연에 비해 질량 대비 에너지밀도가 약 10배 정도 커서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다. 다만 에너지를 저장할 때 부피 변화가 흑연보다 커서 구조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실리콘 소재에 리튬이온이 저장된 모습
실리콘 소재에 리튬이온이 저장된 모습

배터리를 생산하는 삼성SDI 관계자는 “현재 배터리 업계에서는 실리콘의 구조를 안정화시키는 쪽으로 연구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며 “양극과 음극의 소재 개선이 적절히 이뤄지면 2021년 이후에는 주행거리 600㎞ 이상의 제3세대 전기차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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