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넌 벽’ 훼손 서울대 경찰에 고소, 명지대에선 폭행 신고
홍콩의진실을알리는학생모임 “대학 측 자진 철거 규탄”
대학가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 지지 대자보를 둘러싼 중국인 유학생들과의 갈등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 학생들도 경찰에 고소장을 냈고, 명지대에선 폭행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출동했다. 일부 대학은 갈등 방지를 위해 직접 대자보를 철거해 논란이다.
서울대 학생들로 구성된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학생모임)은 홍콩 시위 지지 메시지를 붙이기 위해 관악캠퍼스에 설치한 ‘레넌 벽’ 훼손 사건을 수사해달라며 20일 서울 관악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들은 일부 대학의 대자보 철거 방침을 규탄하는 입장도 발표했다.
학생모임은 “대자보는 학우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는 중요한 언론 수단”이라며 “중국인 유학생들이 훼손하는 상황이지만 그것 자체로 대자보를 게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대학 측은 오히려 의견을 표출할 공간을 늘려 다양한 목소리를 보장했어야 했다. 설사 폭력 상황이 우려돼도 대자보를 철거하기보단 안전을 위한 다른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한국 학생과 반대하는 중국인 유학생간 충돌이 발생한 한국외대는 학내 구성원들의 안전을 지키고 면학 분위기 유지를 위해 전날 교내에 게시된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철거했다. 한국외대는 안내문을 통해 “학교 구성원이나 자치기구가 아닌 외부단체의 홍콩 시위 관련 대자보 부착 및 활동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철거된 대자보 중에는 한국외대 재학생이 작성한 대자보도 포함됐다.
대학가 곳곳에서 발생한 현수막 훼손과 물리적 충돌에 대한 경찰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연세대 학생들의 현수막 철거사건 관련 고소장을 접수해 지난 13일 수사에 착수했다. 명지대에서는 지난 19일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를 두고 한중 학생 간 폭행이 벌어져 경찰이 수사 중이다. 대자보 갈등이 폭행 사건으로 비화한 건 처음이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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