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계엄령 문건’으로 알려진 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의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을 공개했던 군인권센터가 해당 문건에 19대 대통령 선거를 무산시키려던 의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새롭게 제기했다. 군인권센터는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센터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제보로 확보한 현 시국 관련 대비계획의 한 부분을 공개했다. ‘국가비상사태 조기 안정화를 위한 비상계엄 선포 필요성 대두’라고 적힌 문장 위에 ‘계엄 수행기간: (탄핵) 인용시 2개월 기각시 9개월’이라고 명시된 캡션(짧은 해설문)이다. 센터는 “앞서 공개한 문건에는 이 대목이 흐릿하게 처리돼 있었지만 추가 제보를 받아 계엄 수행기간이란 것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탄핵 인용시 2개월, 기각시 9개월이란 계엄 수행기간 계획은 각각 '5월 대선'과 '12월 대선'을 고려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이 예정돼 있던 2017년 3월을 기준으로 봤을 때 탄핵이 인용되면 5월 대선까지 2개월, 기각되면 12월 대선까지 9개월을 계엄 수행기간으로 잡아 군부가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것이 센터 측의 설명이다.
센터 관계자는 “전쟁을 기간을 정해두고 하지 않듯, 통상적으로 계엄령은 혼란이 진정되면 바로 해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대선 시행 일정에 맞춰 계엄기간을 미리 정한 것은 사실상 대선 무산 계획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임 소장은 “계엄령이 선포됐다면 반정부 활동을 금지하는 포고령을 선포해 야당 정치인들을 체포, 구금하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0%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단순한 계엄 문건이 아니라 정교하게 짠 정권연장 음모”라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고 탄핵이 인용되면 계엄 선포권한을 가지고 있었는데 몰랐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센터는 검찰이 다시 수사를 해 계엄 문건 관련 사실을 제대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소장은 “검찰은 이 사건 수사에 대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윤석열 검찰총장은 아는 바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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