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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대북 제재 당시, 트럼프 “김정은 내 친구” 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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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재무부 대북 제재 당시, 트럼프 “김정은 내 친구” 격분했다

입력
2019.11.19 18:34
수정
2019.11.19 23:5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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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부 난맥상 폭로한 신간 ‘경고’에 담겨… “金은 보스, 놀랍다”

익명 저자 “싱가포르 정상회담, 백악관 내부선 어리석은 행보” 혹평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워싱턴 백악관의 루스벨트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5일 워싱턴 백악관의 루스벨트룸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미 재무부가 북한 인사들을 제재했을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내 친구”라고 언급하면서 격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난맥상을 고발한 익명의 전직 또는 현직 미국 관리가 쓴 신간 ‘경고(Warning)’에 담긴 내용이다.

19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말 재무부가 인권 탄압을 문제 삼으며 북한 인사 세 명을 제재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누가 이랬느냐”고 추궁했다. 그리고는 보좌관들에게 “김(정은)은 내 친구다!”라고 분노를 쏟아냈다. 저자는 이러한 뒷얘기를 전하면서 “북한 비핵화 논의가 답보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미 행정부가 북한을 추가 압박한 게 트럼프 대통령을 터뜨렸다”고 표현했다. 저자는 지난해 9월에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현직 고위 관리’라는 이름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을 폭로하는 칼럼을 기고한 바 있는 인물로, 이날 출간된 책을 펴낸 출판사도 그에 대해선 ‘전직 또는 현직 고위 관료’라고만 밝혔다.

책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 대목들이 나온다. ‘북한의 젊은 독재자’에게 매료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관련, “아버지가 숨졌을 때 25, 26세밖에 안 된 남성 중에 몇 명이나 이 터프한 (북한의) 장군들을 넘겨받겠느냐. 그는 보스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또, “놀랍다. 그(김정은)는 고모부를 제거하더니 이 사람을 쓸어버리고 저 사람도 쓸어버린다. 이 녀석은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라고 감탄까지 했다고 한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 저자는 “(김 위원장이 개인적 만남을 희망한다는 보고를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즉석 동의로 성사됐지만, 우리들 내부에선 매우 어리석은 행보로 평가됐다”고 기술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의 고위 관료 등 참모진이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예측불가능성에 “허를 찔려 버렸다”고도 했다. 겉으로는 백악관이 북미 정상회담 수락을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돌파구’라고 묘사했으나, 실제 내부 기류는 정반대였다는 얘기다. 저자는 “미국의 대북 외교 노선은 ‘최대 압박’ 대신 ‘따뜻한 유화 정책’이 됐고, 트럼프 대통령은 본질보다는 ‘연극법’에 더 치중하고 있다”고 혹평했다.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한 성년 정치인’임을 증명하기 위한 일종의 쇼, 다시 말해 ‘성인식’이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을 꿈꾸게 된 계기도 설명돼 있다. 케이블뉴스에 출연한 누군가가 “북한과의 평화를 조성했다”며 바람을 넣었고, 이 일이 트럼프 대통령을 흥분시켰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는 “이 위대한 협상가(트럼프)는 어떤 비용을 치른다 해도, (북미) 협상을 성사시키길 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꽤 영리한 녀석’이라고 부른 김 위원장도 이런 사실을 간파했었다”고 전했다.

바깥에서는 어떤 방법으로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설득해 낼지 의문을 표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전략이나 세부사항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는 증언도 나온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사적인 커넥션’을 만들 수 있다고 자신했고, ‘중요한 건 화학작용’이라는 믿음만 갖고 있었다. 그러나 싱가포르 회담은 어떤 유의미한 결과도 내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내가 공직에 있을 동안, 백악관 집무실의 성인 남성이 폭력배 같은 독재자를 상대로 ‘10대 팬’처럼 이렇게 아양을 떠는 모습을 본 건 처음”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순진하다는 말로는 충분치 않다. 렉스 틸러슨(당시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당시 국방장관), 댄 코츠(당시 국가정보국장), 마이크 폼페이오(당시 CIA 국장), 니키 헤일리(당시 유엔대사), 마이크 펜스(부통령) 등 미 행정부의 어떤 인사도 그런 식으로 말하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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