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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고 나간 미국… 방위비 협상 연내 ‘노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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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차고 나간 미국… 방위비 협상 연내 ‘노딜’ 가능성

입력
2019.11.19 20:00
수정
2019.11.19 23:5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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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3차회의 80분 만에 결렬… 회의 후 각자 기자회견, 장외 신경전

韓 “美 제안, 우리 원칙과 차이 상당” 美 “한국, 새 제안 갖고 와야”

정은보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행으로 끝난 이날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회의 관련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정은보 외교부 방위비분담협상대사가 1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파행으로 끝난 이날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회의 관련 정부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내년 이후 발효하는 제11차 한미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의 세 번째 회의가 파행 끝에 결렬됐다. 팽팽한 기 싸움 속에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그으면서 미국이 바라는, 연내 협상 타결을 통한 분담금 대폭 증액이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19일 “18~19일 열린 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양측 수석대표인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대사와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이끄는 한미 대표단이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동대문구 한국국방연구원에서 3차 회의 이틀째 일정을 이어갔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약 80분 만에 회의를 끝냈다. 당초 예고된 회의 종료 시간은 오후 5시였다. 외교부 당국자는 “파행하다 회담이 끝났다. 미국 측이 회담 종료를 원했다”고 전했다.

미측은 새로운 항목 신설 등을 통해 방위비 분담금이 대폭 증액돼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우리 측은 지난 28년간 한미가 합의해 온 SMA 틀 내의 상호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타결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외교 소식통은 “우리 외교부가 물가상승률 수준의 증액 규모를 제시하고 ‘방어’가 아니라 ‘주둔’ 비용의 분담이 SMA의 취지라는 논리를 전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회의 뒤에는 양측의 장외 신경전도 벌어졌다. 정 대사는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 기자회견에서 “양측 다 공정하고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을 천명하고 있지만 미국 측의 전체적인 제안과 저희가 임하고자 하는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앞으로 상호 수용 가능한 분담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인내를 갖고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회의가 조기 종료된 이유와 관련해 그는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한 건 미측이 먼저 이석을 했기 때문”이라며 “한미 간에 실무적으로는 다음 (회의) 일정을 잡아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가 이견을 보인 부분이 총액과 항목 중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총액과 항목은 서로 긴밀히 연계돼 있다. 모두 포함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미국이 방위비 분담 문제를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와 연계시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주한미군과 관련된 부분은 지금껏 한 번도 논의된 적 없다”고 일축했다.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3차 회의에 미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1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3차 회의에 미국 측 수석대표로 참석한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이 19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주한 미국대사관에서 협상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서 드하트 대표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서울 용산구 주한미국대사관에서 발표한 성명을 통해 “유감스럽게도 한국 협상팀은 공정하고 공평한 분담을 바라는 우리 요청에 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한국 측에 재고할 시간을 주기 위해 오늘 회담에 참여하는 시간을 줄였다”며 “위대한 동맹 정신으로 양측이 수용 가능한 협정이 체결될 수 있도록 하는 새 제안이 나오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국 측이 상호 신뢰에 기반한 파트너십을 토대로 임할 준비가 됐을 때 협상이 재개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초 전망이 밝지 않았다.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49억달러(약 5조7,000억원)가량을 미국이 내년도 연간 분담금으로 한국에 요구하면서다. 여기에는 기존 SMA상 분담금 용처인 △주한미군 한국인 고용원 임금 △군사 건설비 △군수 지원비 말고도 주한미군 인건비(수당)와 군무원 및 가족 지원비, 미군의 한반도 순환 배치 및 역외 훈련 비용 등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저항이 만만치 않다. 국회 국방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이날 성명을 내고 기존 SMA 원칙에서 벗어나는 경비 부담을 미국 측이 요구할 경우 국회 비준동의를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전날 협상장 옆에서는 미국을 성토하는 시민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 미 조야에서마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증액 압박이 동맹을 약화한다는 비판론이 비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연내 타결이라는 미국의 목표가 달성되는 게 사실상 힘들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0차 협정 유효 기간은 올해 말까지다. 원칙적으로 연내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하면 협정 공백 상태가 된다. 외교부는 “우리 측은 어떠한 경우에도 이번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강화에 기여하는 합리적 수준의 공평한 방위비 분담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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