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시민들이 유로스타 출발 지점인 영국 런던의 세인트판크라스 역사 앞을 오가고 있다.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화면 캡처

1994년 개통된 뒤 한 해 평균 1,030만 명(2017년 기준)의 유럽인들이 이용해온 열차. 최고 시속 300㎞로 해저터널을 달려 4~5시간 만에 런던과 파리를 왕복할 수 있는 유럽과 영국을 잇는 사실상 유일한 대중교통수단.

25년 동안 영국과 유럽 대륙을 오가는 유럽인들의 발이 되어준 열차 유로스타의 승객들이 더 이상 유로스타를 전처럼 이용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에 떨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치권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ㆍBrexit) 논의가 공전하는 동안 ‘노 딜(EU와의 아무런 합의 없는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진 데 따라 유로스타의 미래도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EU 정책 입안을 전공한 뒤 최근까지 영국 정부에서 일한 무즈타바 라흐만에게 유로스타는 삶 자체였다. EU정책 전문가로 영국과 유럽대륙을 계속해 오가야 했고, 벨기에 브뤼셀의 EU본부에서 파견 근무를 했던 3년 간 유로스타는 그의 발이었다. 라흐만은 “도버 해협 아래 깜깜한 터널을 지나는 동안은 무언가 생각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라고 유로스타 탑승 경험에 대해 말했다. 반면 라흐만이 최근 해저 터널에서 드는 생각은 ‘앞으로도 유로스타를 오늘처럼 탈 수 있을까’로 바뀌었다.

유로스타의 미래를 걱정하는 라흐만의 생각은 지나친 게 아니다. EU와 통행ㆍ통관 절차에 대한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순간, 간소한 수준이었던 양측 간 여권 검사가 강화되는 등 입ㆍ출국 절차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객실에서 자유롭게 사용했던 휴대폰과 와이파이 이용 또한 제한된다. 더 이상 편안한 휴식과 빠른 이동을 담보하는 과거의 유로스타를 기대할 수 없게 되는 대목이다. 지난 2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입수한 영국 교통 당국 보고서는 영국이 노딜 브렉시트를 강행할 경우, “1만5,000명의 승객이 프랑스 당국의 입국 허가를 받기 위해 런던의 세인트 판크라스 역에서 길게 줄을 서 유로스타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런던 소재 싱크탱크 조사관으로 일하는 조지나 라이트는 “에너지와 정보의 흐름 등 모든 분야에서 영국과 유럽대륙은 연결돼 있다”며 “유로스타는 그 연결 통로인 동시에 삶의 특별한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5년 간 유로스타를 이용한 CNN의 유럽지역 에디터 니나 산토스는 “두 곳을 오가는 정치인, 변호사, 무역업자들이 여기에 다 있다”며 “유로스타는 EU의 축소판 같은 곳”이라 말하며 유로스타의 변화를 걱정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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