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분양시장이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피한 수도권과 지방 대도시의 새 아파트들이 높은 청약 경쟁률 속에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언제든 규제지역 확대에 나설 수 있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라 주요 비규제지역 분양에 대한 실수요자와 투자자 관심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수도권 비규제 청약 잇따라 최고 경쟁률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분양가상한제 시행을 계기로 규제를 비켜간 지역에 투자자들이 몰리는 ‘풍선효과’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최근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공급된 ‘안양예술공원 두산위브’는 1순위 청약에서 45.44대 1의 경쟁률로 올해 안양시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계약 개시 나흘 만에 100% 완료됐다. 분양업계 관계자들은 만안구가 서울과 가깝고 인근 조정대상지역인 안양 동안구, 광명 등과 달리 규제를 받지 않는 점을 주요 흥행 원으로 보고 있다.
인천에서도 상반기까지 ‘미분양의 무덤’으로 불렸던 검단신도시에 분양한 ‘호반써밋 인천 검단Ⅱ’가 일반분양 696가구 모집에 1,286명이 접수하며 평균 1.8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공급된 ‘송도 더샵 센트럴파크 3차’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B노선 호재에 규제까지 비껴간 덕에 2000년 이후 인천 내 최다 청약자가 몰려 1순위 평균 206.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매매가격 역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특히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발표(6일) 이후 상승폭이 커졌다.
◇규제에서 벗어난 부산도 관심 집중
부산에서도 조정대상지역 해제 발표 후 처음으로 분양한 해운대구 ‘센텀KCC스위첸’이 평균 경쟁률 67.76대 1로 올해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2년 내 해운대구에서 분양한 다른 아파트 경쟁률과 비교해도 10배 이상 높다.
이 단지는 해운대구 내 낙후 지역인 반여동에 위치한 데다가 최근까지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돼 있었던 터라 흥행 기대가 높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업체에서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60% 무이자 대출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을 걸고 입주자 모집에 부심해왔다. 하지만 규제가 해제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해당 분양업체 관계자는 “비조정대상 지역으로 바뀌면서 청약 조건과 대출 규제가 완화되자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수요자들이 통장을 꺼내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규제 회피 풍선효과 계속될까
실수요자 입장에서 비규제지역 분양의 장점은 청약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자금 마련이 쉽다는 점이다. 조정대상지역과 달리 청약할 때 주택 소유나 세대주 여부에 구애받지 않고 청약통장 가입 기간도 1년(지방은 6개월)이면 1순위가 가능해 진입 장벽이 낮다. 전매제한 기간도 당첨자 발표 후 6개월(경기 및 광역시 기준)로 짧은 편이다. 또 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60%, 총부채상환비율(DTI) 50%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주택 구입자금 조달이 비교적 쉽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공책을 풀고 있지 않은 만큼 비규제지역 분양 열기는 당분간 이어질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달과 12월 전국 비조정지역 내 50곳에서 총 4만6,268가구가 일반분양에 나서는데, 이 중 경기ㆍ인천 등 수도권 22곳에 2만2,908가구가 몰려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인기 지역이 규제로 묶이면 시중 유동자금이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며 “최근 집값 상승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분양을 받는데 부담이 덜한 비규제지역 단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지금의 비규제지역 분양 흥행은 인기 지역의 규제를 피해 투자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에 기대고 있어 작은 정책 변화나 외부충격으로 쉽게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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