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지원하면 자리 만들어야”
전공의가 채용비리 폭로 대자보
서울 성북구 고려대 본관. 고려대 홈페이지 캡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학취소 문제를 두고 논란을 빚고 있는 고려대에서 이번엔 의대 교수가 딸의 채용 비리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불거져 나왔다.

19일 고려대 의료원에는 교수의 채용비리를 폭로하는 대자보가 나붙었다. 2020년도 신입 전공의 선발 과정이 진행 중인데, 이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모 전공의’ 명의로 작성된 이 대자보의 제목은 ‘고대의료원 P과의 B교수님의 불의에 대하여’다.

대자보에 따르면 ‘모 전공의’는 “내가 선택해 수련받는 P라는 과에는 B라는 교수가 있고, B교수에게는 서울대의 모 교수(조국 전 장관을 지칭)와 마찬가지로 딸이 한 명 있다. 이 따님은 현재 우리 과에 지원을 하였으며 경쟁 없이 무혈입성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성적도, 평판도 우월한 경쟁자가 있었으나 P과 W교수님에게 폭언을 받으며 지원의욕이 꺾여 타과를 지원했다”고 했다. W교수가 B교수의 딸을 위해 자리를 만들어준 것 아니냐는 얘기다.

대자보를 쓴 사람은 B교수가 전공의들 앞에서 ‘서울대 모 교수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 ‘내 딸이 지원하겠다면 먼저 나서서 자리를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 ‘교수에 대한 애정이 없다’ ‘나와 내 딸을 지지하지 않은 전공의들은 적으로 간주하고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의 막말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대 의료원 관계자는 "지난해 B교수 딸이 고대 다른 병원에 지원했다가 떨어지자 올해에는 본교 의료원 쪽으로 왔고, 해당 과에 지원하려던 인턴이 타과로 가게 됐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교수 역시 대자보 내용에 대해 “아예 없는 얘기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함구령이 내려져 더 이상 뭐라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의대에서는 부모나 친인척이 의대 교수인 학생을 ‘로열 패밀리’라고 부르고, 전공 선택 등에 있어서 서로의 자녀를 봐주는 걸 ‘로열 문화’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이번 대자보를 두고 의대생들 사이에서는 “어느 학교에나 있는 로열 문화를, 수면 위로 꺼낸 용기가 신기하다”는 말까지 나온다.

고대의료원 측은 "아직 채용 과정이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며 "조사할 부분이 있다면 조사하겠다”고만 답변했다. B교수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자리에 없다”고 피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았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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