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인공지능(AI) 고등학교’ ‘영등포 빅데이터 고등학교’.
2021년부터 서울 시내엔 이런 교명(가칭)을 가진 특성화고가 생긴다. 또 모든 서울 특성화고 신입생들은 이때부터 ‘AI 소양 수업’을 듣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전문 기술인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로, 교육당국은 이를 통해 미달 사태를 겪는 ‘특성화고 살리기’도 함께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은 1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 특성화고 미래교육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2021년부터 현재 서울 시내 특성화고 70개교 가운데 희망학교에 한해 10개교를 AI나 빅데이터 특성화고로 바꾸는 게 골자다. 현재로선 공업계는 AI, 상업계는 빅데이터 고교로의 개편이 유력하다. 또 2021년부터 모든 특성화고 신입생들은 ‘인공지능 실무’와 같은 인공지능 관련 과목(3단위ㆍ51시간)을 듣게 된다. 이를 위해 시교육청은 현직교사를 대상으로 내년부터 중장기 연수를 시행하고 인공지능 관련 기초 및 실무과목 교과서 개발에도 나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4차 산업혁명은 특성화고에 도약의 계기”라며 “특성화고 AI 교육을 통해 예비 전문 기술인들이 미래기술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전국 최초로 인공지능소프트웨어학과를 개설해 운영 중인 서울 은평구 소재 세명컴퓨터고를 모범사례로 보고 있다. 이 학교는 올해 3월 이 학과의 첫 신입생 52명을 선발했다. 남송옥 세명컴퓨터고 교장은 “2016년 (이세돌 9단을 누른)‘알파고 쇼크’를 계기로 새로운 세계에 맞는 직업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학과 개설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이 학과엔 ‘데이터베이스 프로그래밍’ ‘빅데이터 분석’ ‘머신러닝’ 등 전문 교과목이 개설돼 있다.
이번 계획은 최근 신입생 미달사태를 겪어온 특성화고의 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지원자가 줄고 취업률까지 하락세를 보이자 올해 서울 특성화고 70곳 중 절반 이상(38곳)이 미달됐다. 서울 지역 전체 특성화고 정원 1만5,502명 가운데 1,592명이 미달돼 신입생 충원율은 89.7%에 그쳤다. 백정흠 서울시교육청 평생진로교육국장은 “특성화고 자체가 위기인 상황에서 학교 살리기의 일환인 정책”이라며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개편되는 산업 상황을 고려하면 특성화고는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승산 있는 대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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