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당근과 채찍’으로 대표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협상력을 시험하고 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과 김영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라는 성명을 잇달아 발표한 데 대한 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의 분석이다. 김계관 고문과 김영철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향해 “신속하게 행동해 합의를 이루고, 곧 만나자”는 트윗을 띄운 것과 관련해 미국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먼저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WP는 북한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미친 개’라고 비난했다는 한 케이블 TV 진행자의 트윗을 끌어와 “나만이 당신을 원하는 것을 줄 수 있다”고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부동산 외교’에 대한 자신감의 발로라고 평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답게 ‘북한의 미래상’을 담은 동영상을 김 위원장에게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신문에 따르면 외교 정책을 금전 거래로 치환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접근 방식은 김 위원장과의 비핵화 협상에는 통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과 터키, 이란, 러시아 등 독재적인 지도자가 이끄는 국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당근과 채찍’ 전략을 무시함으로써 오히려 외교적 협상력을 갖게 된 선례가 있어서다. 예컨대 지난 13일 트럼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터키의 시리아 쿠르드족 침공과 러시아 무기 S-400 미사일 도입으로 껄끄러운 만남이 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시종일관 화기애애했다. 또 지난달 터키의 쿠르드족을 겨냥한 군사작전 돌입 후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를 예고했지만 터키와 쿠르드족이 휴전에 들어가자 곧바로 이를 철회했다. 터키는 별다른 비용을 들이지 않고 원하는 바를 이룬 셈이다.

북한 비핵화 문제 해결은 탄핵 조사로 궁지에 몰린데다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기대하고 있는 외교적 성과다. 따라서 북한이 이를 노리고 북미 비핵화 협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는 게 WP의 설명이다. 로렌스 J. 하스 미국 외교정책위원회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안보와 리더십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원천인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헛수고’”라고 WP에 말했다. 그는 또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겠다고 밝힌) 김계관 고문의 성명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 이상의 확장된 거래를 원한다는 북한의 계산이 반영됐다”며 “북한 정권은 협상의 레버리지를 확보할 수 있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절박하다고 믿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