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는 최근 중계권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A매치와 K리그(올스타전 제외)를 중계할 수 있는 권리를 묶어 파는데, 최소입찰 금액이 연간 250억원(부가세 별도)이다. 2023년까지 최소 4년 계약이며, 입찰업체가 제시한 조건에 따라 4년을 넘어선 장기계약도 가능하다는 게 협회 설명이다.
올해까지 비슷한 권리가 약 180억원(A매치 약 120억원ㆍK리그 60억원)에 판매된 데 비춰보면 기존보다 40% 가까이 올린 최저입찰금액이 무리수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코리아풀(KP)을 통해 현재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지상파 3사(KBSㆍSBSㆍMBC)가 A매치 중계를 하더라도 광고가 다 팔리지 않는 현실 등에 근거한 의구심이다. 여기에 방송사 경영악화로 지금 상태에서 더 많은 투자도 어려운 모습이다.
이정섭 대한축구협회 홍보마케팅실장은 19일 “조건이 비슷해 보이지만, 누릴 수 있는 권리가 크게 확대됐다”며 “무엇보다 K리그 중계권의 가치를 상대적으로 크게 높여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입찰을 통해 중계권을 따낸 업체는 A매치와 K리그 방송권은 물론 재판매권을 모두 갖는다. A라는 회사가 중계권을 따냈을 때 방송사든, 신문사든, 통신사든, 유튜브든, 포털사이트 운영기업이든 누구에게도 권리를 다시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K리그 인기 상승이 미디어플랫폼이 다변화 하는 시장환경과 맞물려 중계권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도 기대하고 있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이번 중계권 입찰 화두는 10년간 동일한 수준이던 K리그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 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특성 탓에 협회는 방송사뿐 아니라 통신사, OTT(Over The Topㆍ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 에이전시 등 사업목적 달성이 가능한 국내외 모든 업체에 입찰 기회를 열어뒀다. 다만 재판매권을 모두 주는 대신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입찰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 실장은 “보다 다양한 성격의 업체들이 자유롭게 입찰 경쟁에 참여하도록 열어두고, 중계권 구매 후에도 활발한 재판매를 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따른 걸림돌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내린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물밑에선 국내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중계권 입찰 경쟁을 위해 정보수집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도 금액이지만 어떤 사업모델이 제시될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포털사이트에서 중계권을 산다면 그간 막혀있던 해외 송출이 가능하고, 통신사에서 산다면 패킷 상품을 함께 내놓을 수 있다. 단순히 경기 전후와 중간에 삽입될 광고판매뿐 아니라 뉴미디어 발달에 다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협회 또한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이 보다 다양한 사업 모델을 제시한다면 함께 키워갈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음달 6일 마감하는 중계권 입찰은 협회가 아닌 삼정회계법인이 주관한다. 그간 수의계약 과정에서 흘러나온 뒷말과 시비 등 변수를 최대한 막아보겠단 뜻으로 풀이된다. 이 실장은 “큰 돈을 들여 외부기관에 맡긴 건 공정한 경쟁 속에 냉정한 가치를 평가 받고 싶다는 의지”라고 전하면서 “입찰 심사 과정에선 금액도 금액이지만 기술력은 물론 K리그 경기 편성계획 등이 두루 고려될 것”이라고 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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