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수(개그맨+가수)들의 유쾌한 겸업이 색다른 콘텐츠가 되고 있다.
최근 음악 프로그램에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얼굴들이 포착되고 있다. 유산슬(유재석)은 KBS1 '아침마당'에, 마흔파이브(허경환, 박영진, 김원효, 박성광, 김지호)는 KBS2 '뮤직뱅크'에, 셀럽파이브(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안영미)는 MBC뮤직 '쇼챔피언'에 각각 출연했다. 어엿한 신곡 음원을 들고 가수로서 음악 방송에 출연한 이들은 사실 베테랑 개그맨이다.
개그맨과 가수를 일컫는 '개가수'는 이미 많은 이들에게 잘 알려진 단어다. 이런 '개가수'들의 활약이 가장 빛을 발했던 때 중 하나는 MBC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격년마다 진행했던 가요제 코너를 통해서였다. '무한도전' 멤버들과 가수들이 함께 한 가요제는 당시 최고의 화제성을 지닌 행사였고, 그 음원이 방송 이후 차트에 오랜 시간 머물기도 했다.
지난해 3월 '무한도전' 종영 이후에도 예능으로 탄생되는 '개가수'들의 활약은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한도전'의 주축인 유재석과 김태호 PD가 함께 한 MBC의 또 다른 예능 '놀면 뭐하니?'의 '뽕포유' 코너가 유산슬을 탄생시켰다. 유산슬은 16일 '합정역 5번출구'와 '사랑의 재개발'을 발표하고, 방송사를 넘어선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약을 하고 있다.
마흔파이브의 브라운관 데뷔는 지난달 SBS 예능 '미운우리새끼' 홍진영 편에서 공개된 프로듀싱 현장이었다. 홍진영을 긴장시킨 허경환, 박영진, 김원효, 박성광, 김지호의 녹음실 현장은 큰 웃음을 자아냈고, 그렇게 완성된 이들의 노래는 이달 초 '뮤직뱅크' 무대로 만나볼 수 있었다. 마흔파이브는 KBS 뉴스의 한 코너에도 등장하는 폭 넓은 활동을 펼쳤다.
빼놓을 수 없는 또 한팀의 '개가수'는 셀럽파이브다. 셀럽파이브는 탄생과 컴백 및 활동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웹예능 '판벌려'에서 공개하고 있다. 웹예능의 인기는 셀럽파이브를 음악 방송과 다른 방송사 예능에도 소환시켰다. 무표정 칼군무부터 청순과 록버전까지, 모든 콘셉트를 소화하는 셀럽파이브 멤버들의 매력이 그 자체로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셀럽파이브의 활약이 돋보였던 JTBC 예능 '아는 형님'에도 또 한명의 개가수가 있다. 김영철은 '따르릉', '안되나용', '크리스마스 별거 없어'의 흥행에 힘입어 바다와 함께 신곡 '신호등' 발표를 예고했다. '아는 형님'에서 신곡을 준비 중이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김영철은 뽕DM(일렉트로닉 댄스 트로트) 장르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의외의 트로트 강자다.
신인 가수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들의 최대 강점 중 하나는 여러 개그 코너를 통해 입증된 흥행 콘텐츠의 기획 및 제작이다. 이는 곧 개가수의 파워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됐다. 단순한 겸업을 넘어 개그와 음악을 유기적인 콘텐츠로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이들의 새 앨범과 음악 방송 활동이 더 많은 대중과 리스너 및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전해주고 있다.
이호연 기자 ho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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