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촌의 1인식당에서 혼밥을 먹고 있는 사람들. 홍인기 기자

말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도 계속 변하고 있다. 어떠한 이유나 배경으로 만들어진 말은 그것이 ‘괜찮다’고 여겨지면 사람들에 의해 널리 쓰이면서 강력한 생명력을 지니게 된다. 또한 그와 비슷한 새로운 말들이 계속 만들어지면서 생산력까지 갖게 된다.

새롭게 나타나는 말들을 들여다보면 그 말을 쓰는 사회와 공동체가 보인다. 근래 새로 나타난 말 중에 가장 강력한 생산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혼○○’ 형태의 말이 아닌가 싶다. 조직이나 무리에 섞이기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이 늘면서,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는 혼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나 무리, 그러한 행태를 가리키는 ‘혼○○’ 구성의 새로운 말이 많이 보인다. 학생들은 이제 친구와 늘 붙어 다니며 같은 수업을 듣기보다는 혼자서 강의를 수강하는 ‘혼강’에 익숙하다. 도서관에서 혼자 공부하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혼자 가서 즐기는 것은 ‘혼공’이라 한다. 식당에서 혼자 밥 먹는 일이 벌칙과도 같이 여겨졌던 분위기와는 달리,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나만의 속도로 편안하게 먹는, ‘혼밥’하기 좋은 식당 정보를 공유하기도 한다. 혼자 여행을 하는 ‘혼여족’을 방해하는 것은 호텔 예약 시 1인이라 수수료를 더 내야 한다는 점뿐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혼코노’하면 된다. ‘혼자 코인 노래방’에 가면 친구와 일부러 시간을 맞출 필요도 없이 언제든 실컷 노래 부르다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혼자서 무엇을 하려다가도 ‘왕따 같아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자발적 아웃사이더들에 의한 ‘혼○○’이 늘어나는 분위기인 것도 분명하다. 이렇게 많은 ‘혼○○’이 생기는 것을 보면 말이다.

이유원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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