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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암포해수욕장 친일행적 서정주 시비 건립 주민 반발로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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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암포해수욕장 친일행적 서정주 시비 건립 주민 반발로 취소

입력
2019.11.19 09:32
수정
2019.11.1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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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암포해수욕장 전경과 시비 건립 예정지. 태안군 제공
학암포해수욕장 전경과 시비 건립 예정지. 태안군 제공

충남 태안군 학암포해수욕장에 추진하던 친일행적 시인 미당 서정주의 시비 건립계획이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취소됐다.

19일 학암포 서정주 시비 건립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입장문을 내고 “서정주 시인의 친일행적 등을 문제 삼아 시비 건립을 반대한 분들의 목소리를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태안군 관계자도 “추진위 결정을 존중하고 향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대처하겠다”고 약속했다.

학암포 서정주 시비 건립추진위는 서정주가 1956년 학암포를 찾아 ‘학’이란 시를 쓴 것을 기념하고, 학암포를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다음 달까지 군비 2,000만원을 들여 높이 2m, 폭 1m 크기의 시비 건립을 추진해 왔다.

군비 2,000만원은 학암포해수욕장 번영회가 지난해 말 태안군 주관 지역 28개 해수욕장 평가에서 ‘최우수 해수욕장’ 선정으로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태안참여연대 등 지역 1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서정주 시비 건립 반대 태안군민 모임’을 결성하고 태안군청을 항의 방문하는 등 조직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군민 모임에는 동학농민혁명 태안군기념사업회, 태안읍유도회, 이종일 선생 기념사업회, 애국지사 이종헌 선생 선양회,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회, 독도사랑운동본부, 태안참여연대, 서산태안환경운동연합, 태안군학원연합회, 전교조 태안지회, 정의당 서산태안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전국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친일행적이 뚜렷한 서정주 시비를 철거하는 마당에 태안군이 뒤늦게 시비 건립을 추진하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며 “군은 해당 사업을 철회하거나 독립운동을 한 다른 시인 시비로 대체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정주는 일제강점기 창씨개명한 이름으로 친일작품을 발표한 시인으로 친일반민족진상규명위원회가 펴낸 보고서에 친일 인사로 수록됐다.

그는 일제의 가미카제 특공대로 전사한 한국인 출신 소년비행병을 칭송하는 ‘송정오장송가’를 비롯, 일제의 징병에 적극 호응할 것을 요구하는 글을 다수 남겼다. 또한 1987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 생일축하장에서 ‘전두환 대통령 각하 제56회 탄신일에 드리는 송시’를 낭독하기도 했다.

이준호 기자 junh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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