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2’에서 엘사(맨 앞)는 자신이 타고난 마법의 비밀을 찾아 모험을 떠난다. 엘사와 동행한 안나와 크리스토퍼, 올라프, 스벤 등 주인공 캐릭터들은 서로 힘 모아 온갖 위기를 용기 있게 돌파해 간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다시 겨울왕국의 계절이 찾아왔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겨울왕국2’ 개봉(21일)을 앞두고 극장가는 물론, 유통업계와 음반시장까지 세상이 들썩이고 있다. 5년 전, 전 세계를 강타한 ‘겨울왕국’ 열풍이 재현될 조짐이다. 2014년 1월 개봉한 ‘겨울왕국1’은 한국에서만 1,029만여명을 극장으로 불러모으며 애니메이션 영화 최초로 1,000만 고지를 점령했고, 전 세계 극장 매출액 12억7,421만9,009달러(박스오피스모조)를 기록했다. ‘겨울왕국1’ 관련 라이선스 상품으로 개봉 이후 단 1년 동안 벌어들인 수익만 1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왕국2’도 18일 오후 4시 기준 예매율 82.8%, 예매 관객수 52만여명으로, 일찌감치 극장가를 장악했다.

순록 스벤(왼쪽)과 눈사람 올라프는 최고의 신스틸러로 존재감을 뽐낸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없어서 못 판다…이미 시작된 굿즈 대란

“올라프 가습기 주세요.”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멀티플렉스 CGV를 찾은 30대 직장인 커플은 ‘겨울왕국’ 인기 캐릭터인 눈사람 올라프 관련 상품을 양손에 각각 2개씩 들고 있었다. 이 커플은 “혹여 순식간에 완판될까 봐 퇴근하자마자 달려 왔다”며 “영화는 안 보고 귀가할 예정”이라고 웃었다. 이날 CGV에서 출시된 올라프 미니 가습기는 17일까지 나흘간 전체 물량의 75%가 팔렸고, 대부분 매장에선 이미 매진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CGV 관계자는 “주요 상품은 20일부터 판매가 시작되지만 굿즈 시장은 벌써 요동치고 있다”며 “블록쌓기 같은 인기 상품은 구매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뿐 아니라 유명 쇼핑몰, 이태원, 삼청동 등에도 ‘겨울왕국2’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디즈니코리아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70여개 브랜드에서 ‘겨울왕국2’ 관련 신제품 1,000여개 종류가 출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비상이 걸렸다. 육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마트에 갔더니 ‘겨울왕국2’ 신제품으로 도배돼 있어서 결국 아이에게 지갑이 털렸다”거나 “드레스, 인형, 손지갑, 동화책 등 이젠 더 살 수 있는 상품이 없어 안심했더니 딱 맞춰서 속편이 개봉한다”며 걱정 섞인 우스갯소리가 자주 올라온다. 다섯살 딸을 둔 직장인 신만수(39)씨는 “아이가 ‘겨울왕국2’를 손꼽아 기다리면서 날마다 ‘몇 밤 남았냐’고 물어본다”며 “이번에 엘사 의상이 바뀐다고 하는데 아이가 새 옷과 새 인형 등을 사달라고 얼마나 떼를 쓸지 걱정이 태산 같다”고 한숨 쉬었다.

주인공 엘사와 안나의 새 드레스는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미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랜드리테일 산하 9개 아동 패션 브랜드가 제작한 의류의 전체 물량만 75억원 규모다. 성인 패션 브랜드도 ‘겨울왕국2’ 관련 발주 물량이 50억원에 달한다. 이랜드 관계자는 “영화 개봉 이후 2주 안에 전체 상품 3분의 2가 소진되고, 1개월 반 가량이면 완판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추가 물량을 제작하는 시기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겨울왕국1’ 개봉 당시 북미에서만 드레스 300만벌이 팔렸는데, 이는 북미 지역 4세 여자아이 인구와 비슷하다.

엘사의 마법이 빚어낸 환상적인 장면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바지 입은 엘사, 강력해진 여성 연대

‘겨울왕국’ 열풍은 역시 캐릭터의 힘이다.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 자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사를 바꿔 놓았다. 왕자에게서 구원받는 수동적인 공주가 아니라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진취적인 캐릭터로 전 세대를 사로잡았다. 남녀 성 역할을 가부장적으로 묘사한 고전 동화책을 아이에게 읽히는 게 꺼려진다는 젊은 부모들에게 ‘겨울왕국’은 좋은 교재이기도 했다. 주말 극장 표를 예매했다는 직장인 박경화(37)씨는 “‘겨울왕국’은 우리 아이들 세대의 문화 아이콘”이라며 “다 자라서 떠올릴 만한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서 꼭 극장에 데려가려 한다”고 말했다.

‘겨울왕국2’에서도 엘사와 안나의 당찬 매력은 여전하다. 이야기는 전편에서 3년이 흐른 시점에서 시작된다. 아렌델 왕국으로 돌아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엘사에게 어느 날부터 의문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온다. 엘사는 자신이 타고난 마법에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소리가 이끄는 대로 마법의 숲으로 떠난다. 안나와 크리스토퍼, 눈사람 올라프, 순록 스벤도 이 모험에 함께한다. 마법의 숲에 도착한 엘사는 어릴 적 부모에게 들었던 마법의 숲 이야기를 떠올리며 자신의 힘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알게 된다. 그리고 그 힘으로 과거 선조들의 잘못을 바로잡아 숲의 평화를 되찾으려 한다.

전편이 주인공들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면, ‘겨울왕국2’는 공존과 평화를 위해 옳은 선택이 무엇인지 대의를 고민하는 모습을 담는다.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과거를 극복하는 힘은 엘사와 안나의 우애, 더 나아가 여성 연대다. ‘겨울왕국2’에 이르러 디즈니의 여성 캐릭터는 또 한 단계 진보했다. 엘사는 망토를 벗어 던지고 바지 차림으로 거센 폭풍우를 돌파한다. 앞서 디즈니 실사 영화 ‘알라딘’에서도 자스민 공주가 중동 지역 전통 복장인 바지를 입고 나온 적이 있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바지 입은 공주가 등장하는 건 더욱 상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렸던 주제가 ‘렛잇고(Let it Go)’에 이어서 새 주제가 ‘인투 디 언노운(Into the Unknown)’도 공개됐다. ‘렛잇고’만큼 강력하지는 않지만 멜로디가 밝고 하모니가 풍성하다. 2014년 전 세계 앨범 판매 1위에 올랐던 전편 OST의 위엄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겨울왕국2’는 아이맥스와 4DX, 싱어롱 버전으로도 관객을 만난다. 겨울과 가을을 오가고 눈과 얼음이 쏟아지는 환상적인 시각효과에 극장들은 특별상영관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가족 관객을 위한 우리말 더빙 상영관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1편 더빙 버전은 관객수 416만명을 기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화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