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남대 등 ‘레넌 벽’ 훼손에 “표현의 자유 침해” 비판 
18일 홍콩 시민들에게 연대와 지지를 표시하기 위해 서울대 안에 설치됐던 '레넌 벽' 일부가 훼손돼 있다. 홍콩 시민들에게 보내는 응원 문구를 포스트잇에 적어 부착할 수 있도록 해 둔 전지 두 장 중 한 장이 사라져 일부 찢어진 부분만 남아 있는 상태다. 연합뉴스

홍콩 민주화 시위의 불씨가 우리나라 대학가까지 옮겨 붙었다. 캠퍼스 안에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가 잇따라 붙는 것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18일 홍콩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국내 대학가에도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연대한다는 의미로 ‘레넌 벽’(Lennon wall)이 생겨나고 있다. 레넌 벽은 1980년대 체코 공산정권 시기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프라하의 벽에 비틀스 멤버인 존 레넌의 노래를 적어 저항하던 데서 유래됐다. 최근에는 홍콩 시민들이 홍콩 자유를 요구하는 내용의 메모를 붙여 놓는 벽을 일컫는 용어로 사용된다.

최근 들어 한양대, 한국외대 등 여러 학교 학생들은 교내에 설치된 레넌 벽에 대자보와 현수막을 붙여 간접적으로 홍콩 지지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게시물이 국내 중국인 유학생들에 의해 잇따라 훼손되면서 한국과 중국 학생들이 마찰을 빚고 있다. 앞서 한양대에서는 지난 13일 교내 레넌 벽 앞에서 재학생과 중국인 유학생 사이에 고성이 오가며 대치하는 일이 발생했고, 고려대에 붙은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도 11일 게시된 이후 훼손과 게시가 반복되고 있다.

이날도 서울대에서 교내 레넌 벽에 설치된 대자보 일부가 훼손된 채 발견되는 등 갈등이 이어졌다. 전남대에서도 지난 14일 발생한 현수막 훼손과 관련해 경찰이 이날 수사에 착수했다. 레논 벽 훼손을 놓고 중국 유학생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연세대에서는 이날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 한국인 대학생들’ 회원들이 검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대학 내에서 침묵 행진을 벌였다. 각 대학별 레넌 벽을 모니터하고 있는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 ‘동아시아 국제연대’는 이날도 중국인 유학생들의 항의 포스터가 잔뜩 붙은 아주대 레넌 벽의 사진을 게재했다.

동아시아국제연대 페이스북에 올라온 레넌 벽 훼손 사진들. 페이스북 캡처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레넌 벽을 훼손한 중국 학생들에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 트위터 이용자(tr****)는 “자국도 아닌 남의 나라에서 갈등을 만드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참을 수 없다. 홍콩 지지 여부를 떠나 용납하기 힘든 행동”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이용자(st****)도 “민주주의 나라에 와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하며 선을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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