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 저격병들의 낙하산 침투훈련을 지도했다고 18일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앞서 16일 강원 원산시 갈마비행장에서 ‘전투비행술 경기대회’를 참관한 후 이틀 만에 재차 군사 행보에 나선 것이다. 대내 불안을 무마하고 재래식 전력 증강의 의지를 내보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관영 매체들은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조선인민군 항공 및 반항공군 저격병 구분대(중대급)들의 강하 훈련을 지도하시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훈련에 대해 “저격병들이 생소한 지대에 고공 침투해 전투조 단위별로 정확한 점목표에 투하하여 습격전투행동에로 이전할 수 있는 실전 능력을 갖췄는가를 판정하는 데 목적을 두고 경기형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유사시 수송기와 패러글라이딩을 통해 남한의 시설ㆍ기지에 침투하는 훈련인 것으로 추정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훈련도 원산에서 실시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저격병들이 정말 강하를 잘한다”, “정말 볼멋이 있다(흥미롭다)”, “용맹스럽고 미더운 진짜배기 싸움꾼들”이라며 훈련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어 “규정과 틀에만 매여달리지 말고 실전과 같은 여러 가지 극악한 환경 속에서 진행해 실지 인민군부대들의 전쟁준비 능력을 향상시키고 검열 단련되는 계기가 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강하 훈련’ 현지지도 사실이 공개된 것은 2013년 2월 이후 6년 9개월 만이다. 특히 이날 훈련은 한미 군 당국이 17일 대규모 연합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를 전격 연기키로 결정한 가운데 실시된 것이다. 미국과 우리 정부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1년 단위로 언제, 어느 부대를 방문할지 등 최고지도자의 현지지도 계획이 수립되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연합 공중훈련 연기 결정과는 무관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오경석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김 위원장이 공군 쪽 훈련 참관을 많이 하고 있는데 공군력 강화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특이 동향으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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