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임을 압박하기 위해 백악관 고위 관료들이 고의적 방해 공작(sabotage)을 펼치는 것을 고려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머니 안에(in the pocket)’ 있다는 우려가 원인이 됐다. 미국 CNN 방송은 17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치부를 폭로하는 익명 저자의 저서 ‘경고(A Warning)’의 19일 출간을 앞두고 사전에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저자에 따르면 백악관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우려가 컸다. 참모진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승자박 상황에 빠질 수 있도록 그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수 있게 내버려 두자는 의견도 나왔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의 개입 의혹,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립각을 세우며 해임을 추구하는 상황을 말리지 않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몰락을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기관들을 공격한 일에도 우려 목소리가 나왔다. 역시 이번에도 푸틴 대통령이 관련되어 있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정보기관보다 푸틴 대통령을 더 신뢰했다”라며 “전직 연방수사국(FBI) 고위급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정 국가의 미사일 능력에 대해 보고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은) 신경쓰지 않는다, 푸틴 대통령을 믿는다며 내 말을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자신의 행정명령을 여러 차례 가로막은 연방 판사들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이 가득했던 것으로 보인다. CNN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욕설을 섞어 가며 “판사들을 그냥 제거해 버릴 수는 없느냐” “정말 모두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 법원 판사 수 감축을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위해 자신의 법률팀에 법안 작성을 요청한 것으로 여겨지지만 저자는 “참모들이 그 엉뚱한 요청을 무시했다”고 전했다. 저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판사뿐 아니라 직업 관료들에 대한 불신도 컸다고 덧붙였다.
CNN은 저자가 익명으로 회고록을 작성했기 때문에 기술된 장면이 익명의 고위 관료들의 기억으로 채워져 모호하고 내용이 전반적으로 치밀하게 구성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지만 “눈이 튀어나올 만큼 놀랄만한” 구체적인 주장들이 있다고 보도했다. 저자는 지난해에도 뉴욕타임스(NYT)에 트럼프 대통령의 실정을 폭로하는 익명의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 출판사는 저자가 트럼프 행정부의 전직 또는 현직 고위 관료라는 것 외에는 신원 공개를 거부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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