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롯데엔터테인먼트 제
 

최근 개봉한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 지영(정유미 분)이 앓고 있는 질환이 바로 산후우울증입니다. 영화에서 지영은 외할머니, 엄마 지인 등으로 빙의하는데 영화에서는 정확한 병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산후우울증 증상으로 묘사해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유도했죠.

산후우울증은 보통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에 나타납니다. 우울한 기분, 심한 불안감, 불면, 과도한 체중 변화, 의욕 저하, 집중력 저하와 자기 자신에 대한 가치 없다고 느끼는데요. 심하면 죽음까지 생각하기 때문에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무서운 질환입니다. 김재원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산모 중 약 10~15%에서 발생하며 치료를 받지 않을 경우 수 개월에서 수 년 동안 앓을 수 있다”며 “초산에 과거 우울증 같은 기분 관련 장애병력이 있으면 산후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의들은 산후우울감과 산후우울증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보통의 여성들은 출산 후 급격한 호르몬 변화, 출산 관련 스트레스, 양육부담감 때문에 산후에 우울감을 느끼지만 산후우울증보다 증세가 약하고 수일 내 치료를 하지 않아도 호전됩니다. 하지만 산후우울증은 급격하게 정서변화가 생기고, 아기에 대한 죄책감과 양육에 대한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는 등 증세가 심각합니다.

산후우울증은 재발이 심한 무서운 질환입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산후우울증을 경험한 여성이 다시 출산을 할 경우 50~80% 산후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고, 임신 기간 중 불안이나 우울을 경험하거나 갑자기 모유 수유를 중단한 경우, 주변 사람과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있거나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없는 경우 산후우울증에 걸릴 위험이 높습니다. 여기에 월경전증후군 경험, 과거 우울증 병력, 피임약 복용으로 기분 변화를 경험했던 경우, 갑상선 기능에 이상이나 양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도 산후우울증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합니다.

출산우울증을 진단 받아도 수유기간과 겹쳐 항우울제 등 약물치료를 권장하지 않지만 양육과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극단적 선택까지 고려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하면 약물치료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타인이나 본인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거나, 일상생활을 전혀 할 수 없으면 입원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김 교수는 “영화 속 김지영도 치료를 기피하기보단 자신의 병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전문가의 치료에 임해 직장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며 “출산과 양육은 여성 혼자만의 몫이 아니라, 배우자를 포함한 가족의 도움과 정서적 지지가 필요한 것임을 공감하고, 서로 배려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출산은 여성 혼자 짊어질 짐이 아님을 가족과 사회가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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