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표절에 2차 피해 호소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박모 교수의 논문 표절을 제보하고 2차 가해를 당한 대학원생 K씨가 박 교수 파면 결정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박 교수의 제자였던 K씨는 18일 오전 서울대 관악캠퍼스 행정관 앞에서 ‘서울대는 반성 없는 P교수를 즉각 파면해주십시오, 다시는 저 같은 억울한 연구자가 나오지 말아야 합니다’라고 적은 손팻말을 들었다.
“적반하장으로 소송까지 거는 등 7년에 걸쳐 도 넘은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힌 K씨는 “징계 결정이 임박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나서게 됐다. 파면만이 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K씨는 2013년 지도교수이던 박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을 처음 제기했다. 주변에 피해 사실을 알려도 도움을 받지 못하자 K씨는 직접 박 교수 논문과 단행본 20건을 대조해 1,000쪽 분량의 논문표절 자료집을 만들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진실위)에 보냈고 대자보를 게시해 문제제기에 나섰다.
K씨 자료를 확인한 학과 교수회의는 만장일치로 박 교수 사직을 권고했다. 진실위는 지난해 20건 중 12건에 대해 ‘연구진실성 위반의 정도가 상당히 중한 부정행위 및 부적절 행위’라고 판정, 교원징계위원회에 중징계를 요청했다. 학교 측은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박 교수의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 교수는 지난 9월 법원에 K씨를 상대로 명예훼손 금지 가처분신청을 내며 대자보를 내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1부(부장 박범석)는 이달 11일 “박 교수의 표절 정도가 경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고 K씨의 대자보 게시는 학내 학문공동체의 건전성 등 공적 목적을 가진 행위로 볼 여지가 크다”며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지난 15일 박 교수 파면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던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도 이날 시위 자리에 함께 하며 힘을 보탰다. 인문대 학생들은 “피해자가 직접 20건이 넘는 논문의 표절 내용들을 하나하나 찾아내 제보했지만 학교 당국은 2년 반 동안 ‘예비조사’를 늑장으로 진행하며 구성원들의 눈을 가리려 하는 등 사건을 은폐ㆍ축소하려 했다”며 “서울대는 제 식구 감싸기를 멈추라”고 강조했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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