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5일 ‘국제 여성폭력 근절의 날’은 1960년 도미니카공화국의 독재자 트루히요에 의해 무참히 숨진 ‘미라발 자매(Mirabal Sisters)’를 기려 라틴아메리카의 여성들이 1981년 시작하고 유엔 총회가 1999년 제정한 기념일이다. 이날부터 국제 인권의 날인 12월 10일까지 16일간이 ‘Orange the World’ 즉, 범세계인의 젠더 폭력 추방 캠페인 기간이란 이야기도 한 적이 있다.
그 문제의식의 시작과 끝에 모든 형태의 젠더 차별과 폭력이 보편 인권의 문제라는 국제 사회의 각성이 놓여 있다. 즉 젠더 폭력이 난폭한 일부 남성의 문제 혹은 일부 집단ㆍ조직ㆍ종교ㆍ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문제이며, 소위 서유럽과 북미 선진국가들이 내심 차별화하는 남미나 동ㆍ남부 유럽, 아시아 일부 독재 정치권의 시민 고문이나 납치 살해 같은 공분(公憤)의 문제와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는, 오히려 그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서유럽 국가ㆍ문화조차 거기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유엔은 오는 2030년까지 모든 젠더 폭력을 종식시킨다는 목표의 캠페인 ‘UNiTE’을 주도하고 있다. 근년의 오렌지 캠페인은 그래서, 16일의 공식 활동기간을 365일로 확장하자는 슬로건으로 나아갔다.
‘오렌지 더 월드’는 1991년 미국 럿거스 대학에서 열린 국제여성리더십센터(CWGL)의 제1회 회의에서 처음 제안됐다. 국제 사회가 젠더 폭력을 인권 문제로 인식하도록, 국제인권의 날까지 젠더 폭력 근절 캠페인을 이어가자는 거였다. 그 사이 국제 여성 인권 활동가의 날(11.29)- 세계 에이즈의 날(12.1)-국제 경제사회 개발 활동가의 날(12.5)- 캐나다 몬트리올 학살을 계기로 제정된 캐나다 여성 대상 폭력 기억의 날(12.6)이 포함돼 있다.
근년의 ‘오렌지 더 월드’ 캠페인은 전세계 187개국에서 6,000여개 단체 약 3억명이 참여해 매해 주제별 다양한 행사로 치러진다. 2017년 주제는 ‘단 한 명도 외면하지 않기: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 종식’이었고, 지난해 주제는 ‘직장 내 젠더 폭력 근절’이었고, 올해 주제는 ‘강간에 대한 보편 평등의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 성폭력의 기준이 문화나 종교, 시대, 세대, 전쟁 등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는 것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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