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자주 눈에 들어오는 철제가구 제작사 ‘레어로우’ 역시 SNS를 통한 홍보와 마케팅에 성공한 기업 중 하나다.
레어로우를 운영하는 양윤선 대표는 미국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한 뒤 한국으로 돌아와 아버지의 대를 이어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레어로우에는 “할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아버지와 양 대표까지 3대째 철제 제품 ‘덕후’가 이뤄낸 업체”라는 설명과 함께 “할아버지 세대 때 철물상을 운영하면서 쌓아 올린 생산 기술력에, 아버지가 대형마트 납품업을 하면서 얻은 유통 노하우를 녹여 양 대표 대에는 세련된 철제가구 회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소개가 더해진다.
지난주 만난 양 대표는 “2014년 아버지와 상의해 지금의 브랜드를 냈다”며 “처음에는 고객들이 예쁘다고 하다가도 철제가구라는 걸 알게 된 다음엔 구매를 안 하겠다고 마음을 바꾸는 등 철제가구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고 털어놨다. 지금 생각하면 철제나 목제나 ‘예쁘면 그만이지’하는 마음이 우선 들지만, 양 대표가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당시만 해도 그 벽은 생각보다 높고 단단했다고 한다.
하지만 몇 번의 운이 있었다. 핀란드 유명 브랜드인 이케아가 한국에 상륙하면서 ‘옛날 것’ 또는 ‘금방 녹슬고 오래 쓰지 못하는 것’ 같은 철제가구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져 갔다. 여기에 더해 SNS는 무엇보다 양 대표에게 큰 힘이 됐다. ‘해시태그(#)’를 통해 레어로우 제품이 통상의 입소문처럼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게시물에 첩첩이 공유돼 갔고, 사람들이 마침내 레어로우 철제가구의 진가를 알아봐주기 시작한 것이다.
“다른 매체 없이 유일하게 인스타그램으로만 홍보를 하고 있어요. 팔로워가 1만명 정도밖에 안 되기는 하지만, 크게 효과를 보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양 대표가 밝게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 레어로우 말고도 SNS의 접근성을 활용해 젊은 세대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꽉 막힌 판매 활로를 뚫은 기업들은 여럿 있었다. ‘전통 수제 육포의 재해석‘이라는 목표를 내세워 이바지 음식 장인인 어머니가 30년 넘게 정성을 쏟아 만들어낸 수제 육포를 딸이 ‘한국의 크래프트&자연육포’ 브랜드 ‘반가원’으로 키워냈다. 어머니가 집안 대대로 내려온 방식 그대로 빚은 가양주 형식의 막걸리를 두 아들이 자체 브랜드로 키워낸 ‘복순도가’ 역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SNS 채널을 통해 화제가 됐던 중소기업 중 하나다.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 전통 소면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거창한 국수’도 4,000명 넘는 팔로워를 기반으로 다양한 면 종류를 SNS에 소개하고 있는 30년 전통의 국수 장인 기업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SNS를 찾는 이유는 뭘까. 적은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코리아 관계자는 “중소기업 또는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광고나 마케팅에 큰 돈을 쓸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며 “SNS는 사진을 어떻게 예쁘게 찍고 영상을 얼마나 재미 있게 찍어 올리느냐에 따라 비용 대비 상상할 수 없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요즘 이른바 ‘패션 피플’들이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라는 말을 즐겨 사용하듯, 광고이면서도 광고가 아닌 듯한 잘 만들어진 게시물에 젊은 세대들이 ‘좋아요’와 ‘공유하기’를 누르면서 이곳 저곳에 자연히 제품과 회사를 알리게 된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불특정 다수와 언제든 연결해 기업 광고와 제품 홍보를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빼 놓을 수 없다. SNS 이용자가 대상이긴 하지만, 사실 특정되지 않은 상대에게 홍보를 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세계에서 매달 28억명 정도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접속하고 있으며, 국내만 해도 페이스북 이용자가 1,800만명 정도로 추산될 만큼 SNS를 하지 않는 사람보다 하는 사람이 더 많다.
이 때문에 많은 중소기업이 지금도 SNS를 통한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 측은 전 세계 약 1억4,000만개 기업이 매달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있다는 조사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중소기업으로 한정하면 8,000만개 업체가 페이스북을 통해 홍보를 하고 있으며, 16억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최소 한 곳 이상의 중소기업과 ‘페이스북 친구’ 등으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페이스북 이용자의 약 3분의 2인 1,200만명 정도가 한 곳 이상의 중소기업과 연결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다.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약 2,500만개 비즈니스 계정이 있으며, 700만명 이상의 광고주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SNS는 활용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기업 홍보의 노다지’라 해도 무리가 아니다.
남상욱 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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