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선씨 단독 인터뷰] 
 “20대총선 때 소송사건 해결 조건으로 천주계의 민주당 지지 발 벗고 나서” 
 “정치 입문 도와주면 억울함 풀어주겠다”는 정재호에 이용훈 주교 소개 
[저작권 한국일보] 신혜선씨가 16일 서울 청담동 자신의 집무실에서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현 여권 인사들이 신한은행 대출 문제를 해결해주겠다고 약속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여권 인사들을 비난하면서 “쥐새끼가 고양이를 무는 날이 왔다”고 말했다. 서재훈 기자

“주교님들까지 속였다. 마지막 이 곳(건물과 사업장)이 무너지면 쥐새끼가 고양이 무는 날이라고 말해왔다. 지금부터 내가 동원할 수 있는 것을 다할 것이다.”

여권 인사와 가까운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 및 김씨의 전 남편인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의 금융권 대출사건으로 정치권의 관심을 받았지만, 그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60대 여성이 언론에 입을 열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천주교 영세를 받은 순교자 이승훈 베드로(1756~1801)의 7대손인 신혜선(63)씨다. 신씨는 천주교 수원교구 천진암성지 여성회장을 맡는 등 교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로, 그의 딸 김헬렌(26)씨는 교황을 5차례 알현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올해 3월 한 언론인터뷰에서 신씨에 대해 “대선 때 종교계 일을 도와준 분”이라고 언급했다.

신씨는 “이상호 회장이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을 대출 받는 과정에서 신한은행 직원들이 자신의 동의 없이 이씨를 연대보증인에서 빼면서 빚을 떠안게 됐다”며 신한은행 직원 2명을 검찰이 무혐의 처분한 데 대해 반발했다. 신씨는 신한은행 직원들과의 대질신문 없이 사건을 송치한 경찰, 범죄사실에 ‘위조했다’는 표현을 수 차례 쓰고도 범죄 의도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한 검찰도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신씨는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천주교 지원을 위해 발벗고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배신당했다며 불쾌한 감정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한국일보는 13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신씨와 10시간 동안 인터뷰했다.

신씨와 김수경씨의 인연은 2007년 시작됐다. 김씨가 신씨 건물을 빌려 쓰려고 찾아 온 것을 계기로, 사업적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2009년 서울 청담동 신씨 소유 빌딩에서 김씨와 레스토랑을 운영했으며, 이 건물을 담보로 신한은행에서 260억원의 대출을 받았지만 사업은 잘 되지 않았다. 이 건물에선 바티칸 신부들이 만든 화장품도 판매됐고, 신씨와 김씨의 레스토랑은 친문(親文ㆍ친문재인) 인사 회합 장소로도 활용됐다. 신씨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에 대해 “고향인 경기 김포에서 권양숙 여사가 대선 유세를 할 때부터 노 전 대통령 측을 돕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여권 인사 중에 특히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고양 을)과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 등과 친분이 두터웠지만, 현재는 관계가 멀어졌다고 말했다. 신씨는 “정재호씨가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 개인적으로 찾아와 ‘정치에 입문하도록 도와주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청문회를 열어 신한은행 대출사건의 억울함을 풀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신씨는 이용훈 수원교구장에게도 “정씨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했다.

 정재호 의원 “당선증 바칩니다” 카톡… ‘버닝썬’ 윤 총경이 메신저 역할도 
 박수현 통해 靑에 편지도 전달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대 총선 다음날인 2016년 4월 14일 오전 7시 18분 신혜선씨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 당선증을 ‘회장님께 바칩니다!’란 문구가 나온다. 신혜선씨 제공

정 의원은 국회의원 당선 다음날인 2016년 4월 14일 오전 7시18분 당선증 사진과 함께 ‘회장님께 바칩니다!’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신씨에게 보냈다. 신씨는 정 의원이 정무위 시절 신한은행 관계자를 만난 뒤 받아왔다는 대출전환 조건 메모도 공개했다. 그는 “안희정계인 정 의원의 출판기념회에 양정철과 김수경씨가 간 것도 나(와의 인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신씨 주장에 대해 “신씨와는 교인으로 친해졌으며 신씨 애로사항을 알아봤을 뿐”이라면서 “신한은행에서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해 은행이 신씨에게 제시하는 마지막 가이드라인을 메모 형태로 받아와 신씨에게 전달했다”고 한국일보에 해명했다.

신씨는 ‘버닝썬’ 의혹과 관련해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규근 총경이 자신과 정 의원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신씨는 “정 의원이 윤 총경을 데려와 ‘신한은행 대출문제 해결을 위해선 윤 총경이 필요하다’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총경이 정 의원과의 메신저 역할을 자임하면서 청와대에 들어가서도 계속 ‘기다리라’고만 했을 뿐, 실질적으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없다는 게 신씨 주장이다. 정 의원과 윤 총경이 자신을 기다리게 한 결과물에 대해 신씨는 “정 의원이 신한은행 고위인사를 만나서 가져왔다는 대출전환 조건은 나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신씨 건물은 A은행에 채권으로 넘어간 뒤 경매에 부쳐져 본보 첫 인터뷰 하루 전인 12일 다른 사람으로 주인이 바뀌었다.

신씨는 2018년 윤 총경이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할 당시 그와의 통화 녹음내용도 본보에 공개했다. 녹음 내용에서 윤 총경은 “김ΟΟ 회장 거취(연임 여부)가 안정화될 때까지는 뭘 할 수가 없다”며 “연임하고 바로 부담을 안아야 되기 때문에 거취가 결정되면 아마 연락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매는 ‘홀드’하라고 해놨대요”라며 “제가 메신저 하는 거에요. 조금 기다려 보십쇼”라고 신씨를 안심시키기도 했다.

신씨는 친문 인사와 연결된 김수경씨와의 통화 내용도 공개하며, 양정철 원장도 신한은행 대출사건에 관여했음을 시사했다. 김씨는 통화에서 신씨에게 “(2018년 양정철) 출판기념회를 갔는데 ‘양비’(정치권에서 부르는 양 원장의 별칭)하고 탁현민이하고 왔는데 양비 보고 좀 일찍 오라고 해서 신한은행 문제 꼭 좀 챙겨주라고 말했어. (신씨가 평소 신경 써 준 것에 대해) 양정철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어”라고 전했다. 신씨는 “양 원장이 나한테 세배 온 자리에서 정 의원이 신한은행에서 받아온 메모를 보고 ‘이걸 합의라고 해왔나. 금감원장이랑 경찰청장 인선이 되면 알아보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그러면서 양 원장이 자신을 “대선 때 종교계 일을 도와준 분”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신씨는 “그가 종교를 들먹인 것은 문재인 정부가 지탱하기 어려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선거 때) 천주교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입을 열 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원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신혜선씨는 선거 때 많은 도움을 준 분이고, 2017년 선거 때 굉장히 열심히 도움을 주셨다”고 했다. 이어 양 원장은 “대선 지난 한참 후 뉴질랜드에 있을 때 전화를 받았는데, 신한은행 대출 관련해 경찰과 금융기관에 얘기를 해줄 수 있냐고 하길래 야멸차게 할 수가 없어서 그쪽에 아는 사람은 별로 없고, 밖에 나와있기도 하니 혹시 국내에 도울 수 있는 분이 있으면 얘기 한번 들어보라고 제가 부탁은 하겠다고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용훈 천주교 수원교구장이 2017년 11월 28일 신혜선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내용. 다음날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가톨릭신자 모임인 ‘청가회’ 회장이었던 박수현 당시 청와대 대변인과 함께 “낙태죄 폐지 청와대 국민청원 답변 과정에서 교황 발언 인용에 실수가 있었다”며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장인 이 교구장을 만나서 사과했다. 신혜선씨 제공

신씨는 20대 총선 때 천주교 지도자들과 문재인 당시 의원의 비공개 만남을 주선해 동석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신씨는 “20대 총선 직전 이용훈 주교(수원교구장)가 문 당시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신씨 억울함을 풀어주라며 천주교의 협조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신씨는 또 “2017년 마티아(이용훈 주교의 세례명) 주교님이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 방문을 받았을 때 동행한 천주교 신자인 박수현 당시 청와대 대변인에게 내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친서를 문재인 대통령께 전달토록 했고, 정 의원한테도 별도로 알렸다”며 이 주교와 나눈 텔레그램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 주교 측은 신씨 사건에 대한 청와대 청원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총선 직전 문 당시 의원과의 3자 면담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2017년 11월 29일 조국 수석의 낙태 발언 파문과 관련해 조 수석과 박수현 대변인은 천주교 수원교구를 찾아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위원장인 이용훈 주교를 만났다. 만남 직후 이 주교는 “낙태 관련 조국 수석, 박수현 대변인 등 만남 후 따로 박 대변인과 불러 편지 꼭 챙기도록 당부했고요. 정재호 의원에게도 연락하여 신한(은행) 건 마무리 잘하라고 얘기해 놓았어요” “시간이 없어서 저도 피가 마릅니다” 등의 메시지를 신씨에게 보냈다. 신씨는 정 의원의 말을 믿고 20대 총선 전에 그를 이용훈 주교에게 소개해 줬고, 이 주교는 20대 총선 전 문 당시 의원이 찾아왔을 때 “정재호씨에게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건넸다는 게 신씨 주장이다. 이용훈 주교 측은 신씨 주장에 대해 “그 부분은 확인해줄 수 없다. 신자들의 탄원서 전달은 종종 있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정 의원이 신씨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정도는 알지만 내가 공천에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신씨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호남에서도 문재인 당시 의원과 김희중 대주교(광주교구장)와의 비공개 만남을 주선했다고 했다. 신씨는 “김 대주교도 ‘신한은행 대출 사건과 관련해 신씨에게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김 대주교는 본보와 통화에서 신씨 대출사건 청원 여부에 대해 “잘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총선을 앞두고 3자회동을 한 적이 있는지에 대해선 “셋이 만난 일은 없다”면서도, 이들과 각각 만났는지에 대해선 “모르겠다”고 밝혔다.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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