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역사에서 상대를 위험(hazard)에 빠뜨린 형제 선수들은 여럿 있었다. 이번에 빛난 건 벨기에의 아자르(Hazard) 형제다.
벨기에는 17일(한국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가즈프롬 아레나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 조별예선 I조 9차전 러시아와의 경기에서 2골1도움을 기록한 에덴 아자르(28ㆍ레알 마드리드), 1골을 넣은 토르강 아자르(26ㆍ도르트문트) 형제의 활약에 힘입어 4-1 승리를 거뒀다.
2살 차이의 형 에덴과 동생 토르강은 각각 왼쪽 윙포워드와 왼쪽 윙백으로 경기에 나서 러시아의 왼쪽 측면을 초토화시켰다. 첫 골은 두 형제의 합작품이었다. 토르강은 전반 20분 형의 패스를 받아 한 차례 드리블 돌파 후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형도 질 수 없었다. 에덴은 전반 33분 토르강이 올린 크로스를 로멜루 루카쿠(26)가 헤딩으로 떨궈놓자, 멋진 하프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에덴은 바로 7분 뒤 역습 상황에서 케빈 데 브라위너(28ㆍ맨체스터 시티)의 침투 패스를 받아 침착하게 마무리하며 멀티골을 기록했다.
이미 유로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벨기에는 아자르 형제의 활약에 힘입어 대회 9연승을 달렸다. 형과 동생은 경기 후 서로의 활약을 칭찬하며 진한 포옹을 했다. 아자르 형제의 어머니에겐 세상 기쁜 날이겠지만 축구 선수로 활약 중인 2명의 동생들이 더 남았다. 벨기에 리그에서 성장 중인 킬리안 아자르(24ㆍ세르클러 브뤼헤)와 유스에서 열심히 꿈을 키워가는 이단 아자르(16)의 향후 활약에 따라 4명 모두 대표팀에서 뛰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아자르 형제 말고도 뛰어난 실력으로 그라운드를 함께 누볐던 형제들은 또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형제로는 벨기에의 이웃나라 네덜란드의 프랑크ㆍ로날드 데부어(이상 49)가 있다. 쌍둥이였던 두 선수는 한 명은 수비수, 한 명은 미드필더로 아약스ㆍ바르셀로나ㆍ네덜란드 대표팀에서 함께 뛰며 에레디비시 5회, 라리가 1회,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 등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웠다. 잉글랜드의 게리(44)ㆍ필 네빌(42) 형제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한 클럽에서 전성기를 함께 했다. 이들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 휘하에서 맨유의 측면 수비를 책임지며 프리미어리그(EPL) 6회, FA컵 3회,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을 휩쓸었다.
덴마크의 미카엘(55)ㆍ브라이언 라우드럽(50) 형제도 빼놓을 수 없다. 미카엘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유벤투스에서, 브라이언은 밀란, 뮌헨, 첼시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두 선수는 198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덴마크 대표팀의 황금기를 이끌었다. 동생 브라이언은 형의 부재에도 1992년 유로 우승컵을 조국에 안겨주기도 했다.
형제지만 서로 다른 팀에서 맞설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가나의 케빈 프린스 보아텡(32ㆍ피오렌티나)과 독일의 제롬 보아텡(31ㆍ바이에른 뮌헨)이 그들이다. 둘 다 독일에서 자랐지만, 케빈이 가나축구협회의 제의를 받아들이면서 형과 동생은 서로 다른 나라를 대표해 뛸 수밖에 없었다. 공교롭게도 가나와 독일은 2010년과 2014년 월드컵에서 2회 연속으로 같은 조에 편성돼 맞대결을 펼쳤다. 클럽축구 역사에선 이탈리아 세리에A 최고의 라이벌,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레전드 프랑코(59)ㆍ주세페 바레시(61) 형제가 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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