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은 17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2019~20 V리그 2라운드 한국전력 전에서 팀 에이스 박철우(34)를 선발로 출전시키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지난 10일(대한항공전)과 13일(OK저축은행전) 두 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을 펼쳤고, 박철우는 두 경기 모두 양팀에서 가장 많은 득점(29득점, 23득점)을 올리며 체력을 소진한 상태였다. 팀 베테랑을 배려한 조치였다.
하지만 삼성화재에는 외국인 선수 안드레아 산탄젤로(25)가 있었다. 산탄젤로는 이날 한 경기에서만 양팀 최다인 30득점하며 팀의 3대1(25-23, 25-18, 23-25, 25-20) 승리를 이끌었다. ‘산탄젤로’라는 새로운 엔진을 장착한 삼성화재는 연패를 끊어내며 승점 3을 추가(승점 17)해 우리카드(승점 15)를 제치고 리그 3위로 점프했고, 시즌 전적도 5승 5패로 균형을 맞췄다.
이날 경기 전까지 산탄젤로는 7경기(10세트)에 출전해 총 20득점, 공격 성공률은 41.7%에 그쳤다. 풀타임 경기는 한 경기도 없었다. 개막 후 컨디션 조절에 실패한데다 발목 부상까지 겹치며 박철우에게 오른쪽 공격수 자리를 내 주고 많은 시간을 소화하지 못했다. 산탄젤로는 “부상 이후에 원하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스스로 화가 많이 났다”라고 털어놨다.
산탄젤로는 그러나 이날 한 경기에서만 30득점에 공격 성공률 57.8%의 순도 높은 공격력을 뽐냈다. 위력적인 후위 공격과 블로킹으로도 각 2점씩을 보탰다. 특히 1세트(64.3%)에서는 10점을 폭발시키며 기선을 제압했고, 4세트 위기에서는 추격점과 역전점수를 뽑아내며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데 일등 공신 역할을 했다. 산탄젤로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승리해서 기쁘다. 만족스러운 경기였다”라며 “오랜 시간 내 활약을 기다려준 팀원들과 감독께 감사한다. 앞으로 더 큰 도움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박철우에 대해서도 “좋은 선수이자 리더”라며 “경기에 임하는 자세 등 내게 좋은 본보기가 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전력은 고비 때마다 나온 실책으로 자멸했다. 4세트 중반 앞서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조근호의 속공이 아웃 되며 동점을 허용했고, 이후에도 최홍석이 결정적인 공격 실책을 저지르는 등 모두 28개의 팀 실책을 쏟아냈다. 외국인 선수 가빈 슈미트도 22득점에 성공률 47.7%, 효율 27.3%로 부진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도 “4세트 흐름이 좋았는데 중요한 순간 서브와 속공에서 범실이 나왔다. 고비를 넘지 못했다”라고 아쉬워했다.
수원=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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