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일자리’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금융권 일자리가 최근 4년간 4만개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달로 각종 금융 거래가 대거 온라인화되면서, 은행과 보험설계사를 중심으로 한 오프라인 일자리가 설 자리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핀테크 등 신규 산업을 육성하고,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적극 지원해 일자리 창출에 정책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은행 직원 1만4000명 ‘집으로’
1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금융권 취업자 수는 2015년 87만2,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83만1,000명까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올해는 9월 현재(통계청 기준) 80만9,000명까지 더 줄었다.
2015~2018년 사이 은행 임직원이 1만4,000명 줄어들어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설계사ㆍ모집인 중에서는 보험설계사가 1만5,000명 줄었다. 금융권 대부분에서 취업자 수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 가운데, 금융투자업계만 자산운용사 수 증가에 힘입어 취업자 수가 4,000명 증가했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일자리 기여 현황도 공개했다. 국책은행과 인터넷은행을 제외한 지난해 일반 은행권의 직접 고용인원은 10만1,000명이었다. 파견ㆍ외주인력 등 연관 고용인원은 3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일자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소폭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6월 금융권의 일자리 창출을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은행권을 시작으로 일자리 현황 조사에 나섰다. 그러자 금융권에선 “정부가 채용을 압박한다”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그러면서 당초 8월에 발표될 예정이었던 은행권 일자리 현황도 세 달이나 지연됐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자료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과정에서 공신력 있는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인지산업’은 옛말
이 같은 금융권의 일자리 한파는 금융산업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지(人紙)산업’으고 불릴 정도로 사람과 종이(서류) 위주의 오프라인 영업이 중심이던 금융업은 최근 온라인 거래가 발달하면서 인력 수요가 대폭 줄었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5일 전문가들과 금융발전심의회 회의를 열고 ‘금융업 일자리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금융당국은 일자리 감소요인이 커지고 있지만, 핀테크 산업 발전에 따라 디지털 인재 수요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 증가요인도 있을 것으로 보고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세훈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인터넷은행이나 오픈뱅킹 사업 등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살리느냐에 따라 고용지수가 반등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우선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속적으로 진입규제를 완화함으로써 핀테크 기업 등 새로운 사업자가 늘어날 수 있도록 토대를 조성할 예정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해외시장 개척을 준비할 경우 진출 국가의 금융당국과 고위급 회담을 가지며 발판을 마련해 주기로 했다. 금융 연수기관과 대학 등과 협력해 기존 금융사 임직원들에게 ICT 기술에 대한 재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직무전환을 유도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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