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암 진료 수준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2017년 기준 회원국의 보건의료 성과를 분석한 결과, 대장암ㆍ위암 등 주요 암 환자의 생존율 지표에서 한국은 OECD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중증 질환의 급성기(질병 발생 직후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응급치료가 필요한 시기) 진료에서도 한국은 상위권 그룹에 속해 전반적으로 보건의료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다만 정신보건 분야에서는 주요 지표에서 하위권 그룹에 속해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17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OECD의 ‘2019 한눈에 보는 보건’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보건의료 수준은 전반적으로 OECD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한 급성기 진료 수준을 평가하는 대표적 지표인 ‘허혈성 뇌졸중의 30일 치명률’은 3.2%로 OECD 33개국 평균치(7.7%)의 절반 수준이었다. 30일 치명률은 45세 이상 급성기 환자 가운데 입원 30일 이내 사망한 비율을 말하는 지표로 낮을수록 좋다.

무엇보다 암 환자의 생존율은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의 암 환자 5년 순 생존율은 대장암(71.8%) 직장암(71.1%) 등으로 나타나 OECD 32개국 가운데 가장 높았고 평균치(60.6~62.1%)도 10%포인트 가까이 상회했다. 특히 위암의 경우 한국(68.9%)이 평균치(29.7%)보다 2배 이상 높았다. 5년 순 생존률은 암이 유일한 사망원인일 경우, 암 환자가 진단 이후 5년 동안 생존할 확률을 뜻한다. 복지부는 “급성기 진료와 외래 진료의 질이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은 정신보건 의료분야에서 OECD 하위권 그룹에 속했다. 특히 중증 정신질환자의 사망률 등 정신보건 핵심지표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정신질환 치료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부족하고 정신질환자를 낙오자ㆍ위험인물로 취급하는 사회적 분위기 탓에 환자들이 정신과 진료를 꺼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조울증 환자의 사망률은 일반 인구집단(만 15~74세) 사망률의 4.23배에 달했다. OECD에 자료를 제출한 11개국 평균(2.9배)을 크게 앞서는 수준이다.

{저작권 한국일보}대장암 5년 순 생존율-박구원기자

학계에서는 한국이 중증 정신질환자에게 적절한 의료ㆍ복지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이 이 같은 통계로 드러났다고 분석한다. 특히 중증 정신질환자 환자의 사망률이 유독 높은 데는 자살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복지부가 내놓은 자살예방백서에서도 정신적 어려움은 모든 연령대에서 주요한 자살 동기로 나타났다. 최준호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법제이사는 “해외처럼 응급입원을 활성화해 정신질환 치료를 도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정신과를 잘 찾지 않으려는 현실이 수치로도 나타났다. 오랫동안 약효가 지속되는 장기작용 벤조디아제핀계 약물(항불안제)을 처방받은 65세 인구 비율이 1000명당 146.3명으로 OECD에서 가장 높았다. OECD 평균(52명)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해국 가톨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는 일반 의원이나 내과에서 주로 처방하는 약물”이라면서 “노인들이 우울증 등을 앓으면서도 정신과를 찾지 않아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풀이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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