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54)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모(28)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에서 받은 ‘면학장학금’을 둘러싼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면서 뇌물 혐의 적용을 둘러싸고 법조계에서도 논란이 적지 않다. 자녀에게 지급된 장학금은 부모의 학비를 탕감시켜준 것으로, 직무관련성이 있다면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과거 판례를 보면 단순 뇌물 사건과 달리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난제가 도사리고 있다.
15일 한국일보가 장학금을 뇌물로 인정한 법원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유죄 판결 대부분은 뇌물공여자가 직무관련성이 있는 공무원을 사전에 만나 “자녀에게 장학금 특혜를 주겠다”고 명시적으로 제안하고 승낙을 받은 경우였다. 겉으로는 자녀의 학업 성과 등을 이유로 제공되는 금품인 만큼, 뇌물을 주는 사람 입장에선 자신이 준 금품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하는 것이다.
강원도 A교수 사건의 경우, 장학금이 뇌물로 인정된 사례인데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겠다”는 제안이 먼저 있었다. 친환경 농업 자재 벤처기업의 실질 대표였던 A교수는 자신의 회사에서 생산한 제품을 지속적으로 납품하기 위해, 자신이 재직 중인 대학에 다니는 친환경 담당 공무원의 자녀에게 230만~250만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그는 장학금 지급 전 공무원인 부모를 만나 사례금 명목의 장학금을 제안했는데, 부모들은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이유로 처음에는 거절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교수의 경우 공무원 자녀에게 장학금을 주면서 정상적 지급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2009년 기소된 파이프업체 오너의 상하수도 담당 공무원 로비 사건은 장학금의 뇌물적 성격이 더 명확한 경우였다. 김모 회장은 자신의 장학재단을 통해 공무원 10여명의 자녀에게 총 2억1,200여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는데, 검찰이 확보한 회사 내부 문건에는 “영업에 장학금 제도를 활용”하라거나 “공무원 자녀를 장학생으로 추천해 인맥을 구축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 임직원 자녀를 제외한 장학생은 대부분 영업직원의 추천 등으로 등록된 공무원의 자녀였다.
과거 판례와 비교하면, 조 전 장관의 딸 장학금은 아직 뇌물로 보기에 부족한 면이 많다. 조 전 장관의 딸을 위해 만들어진 장학금도 아니고, 학칙에 따라 지급됐다. 조 전 장관은 장학금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최근 알게 됐고 “장학금과 관련한 일체의 부탁이나 전화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학금을 지급한 노환중 교수도 “간호대학 동창회장을 오래한 박정숙 여사의 손녀가 ‘학업을 포기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장학금을 준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해당 장학금이 노 교수가 개인 돈으로 마련한 장학회에서 지급됐고, 장학생 선정 권한도 노 교수에게 있었다는 것은 미심쩍은 지점이다. 검찰은 2016~2018년 6학기 연속으로 조 전 장관의 딸에게 장학금이 지급된 경위, 이후 노 교수가 부산의료원장에 취임한 경위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조씨에게 전달한 3차례 장학금이 부산의료원장 임명 등을 위한 뇌물이었는지 따져보겠다는 취지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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