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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행복한 도전’ 담은 자서전… 청년에 용기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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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년 ‘행복한 도전’ 담은 자서전… 청년에 용기 주길”

입력
2019.11.18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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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이 13일 인천 동구 인천재능대 총장실에서 자서전 ‘이기우의 행복한 도전’을 펴낸 배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천재능대 제공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이 13일 인천 동구 인천재능대 총장실에서 자서전 ‘이기우의 행복한 도전’을 펴낸 배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천재능대 제공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 입시에 실패하고 9급으로 시작해 차관까지 올라간 과정 전부가 도전이었다. 힘들거나 어렵다고 주저 않지 않고 ‘행복한 도전이다’라고 생각해 하나씩 이루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게 아닌가 싶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 ‘고졸 신화’ ‘교육계 마당발’ 등 수많은 별명으로 불리는 이기우(71)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이 자신의 인생 여정을 담은 자서전 ‘이기우의 행복한 도전’을 최근 펴냈다. 13일 동구 송림동 인천재능대 총장실에서 만난 그는 교육부 차관을 지내고 대학 총장을 4차례 연임하는 등 교육계에 50여년간 몸담았던 경험과 함께 현재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공정’ ‘학벌중심사회’ ‘계층 갈등’ 등에 대한 소신을 거침 없이 쏟아냈다. 다음은 일문 일답.

-자서전을 펴낸 배경이 궁금하다.

“자서전은 5, 6년 전부터 준비했다. 거제교육청 9급 서기보로 시작해 교육부 차관까지 승진하면서 이룬 성과와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묻혀둘게 아니라 자서전을 통해 후배들에게 전해줬으면 좋겠다고 주위 사람들이 권유했다. 요즘 공무원들은 예전에 비해 개인 중심적이고 책임감이 부족하다.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자서전을 쓰는 계기가 됐다. 도전과 부딪히는 것을 싫어하고 실패를 두려워하는 젊은이들에게 사다리를 하나씩 딛고 일어서면 된다는 용기도 주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는 나를 위해서였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 다짐하는 기회이자 함께 도전을 이뤄낸 은사님, 교육계 동료 선후배에게 고마운 마음도 전하고 싶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이라는 별명을 붙여 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연이 깊다.

“1998년 1월 교육부 지방행정교육국장 시절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전문위원으로 갑자기 임명돼 영문도 모르고 갔더니 이종찬 전 국가정보원장이 위원장, 이해찬 대표가 정책분과 간사를 맡고 있었다. 이 대표가 100대 과제를 만드는 걸 주도적으로 했는데, 교육부 과제를 발표하면서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았다. 속된 말로 찍혔다. 이후 교육부에 복귀했는데, 이 대표가 장관으로 왔다. 이왕 찍힌 마당에 바른 소리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일했는데 오히려 그게 득이 된 것 같다. 운이 좋아서 그랬는지 몰라도 일이 잘 풀렸다. 이희호 여사가 불우이웃을 돕기 위해 바자회를 열었는데, 각 부처에서 물품을 내놨다. 우리 부처에서는 내가 그 일을 맡았는데 바자회 전체 수익금의 절반을 우리가 올렸다. 이 대표가 처음으로 ‘일을 잘한다’고 칭찬했다. 이후 교육세 폐지문제를 두고 청와대에서 부처간 협의가 열렸는데 강하게 반대해 교육부 주장을 관철시키는 등 중요 업무 때마다 일을 깔끔하게 처리했더니 이 대표의 태도가 달라지더라. 한번은 김대중 대통령 앞에서 ‘아파트 분양이 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른자 땅에 학교를 지어야 한다’는 건의를 한 적이 있다. 김 대통령께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당시 김종필 총리에게 책임지고 해결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그날 이 대표가 저녁을 사면서 ‘교육부 맨파워가 대단하다’고 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공무원’이라는 말을 하게 된 계기였다.”

-공직 생활을 마치고 인천재능대에서 두 번째 인생을 펼쳐가고 있는데, 이곳에서 이룬 꿈이 있다면.

“그 동안 공무원으로서 자리에 연연해 지내온 적이 없었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하는 데 의미와 가치를 두고 살아왔다. 두 번째 인생을 재능대로 택한 것은 박성훈 재능그룹 이사장과의 인연때문으로, 공직시절부터 은퇴후 이 학교를 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총장에 부임해 대대적인 변화에 나섰다. ‘학생들에게 죄짓지 말자’며 행정과 교육체계를 개편하고 지역사회와 소통을 늘려 나갔다. 교육부산하 한국교직원공제회 이사장으로 부임한 경험을 살려 교육에 경영마인드를 추가했다.

그 결과 정부 평가와 재정 지원 사업 선정 9관왕, 5년 연속 수도권 전문대 가ㆍ나 그룹 1위를 차지했고 매년 50여개 대학에서 벤치마킹을 오는 대학이 됐다. 학교 알리기에도 적극 나섰다. 학교와 가장 가까운 전철역으로 제물포역이 있는데, 당시 인천대와 인천전문대만 안내를 했다. 철도공사에 전화를 걸어 재능대 안내를 추가해달라고 요구했고, 안내방송을 하기로 허락을 받았다. 그것도 총장인 내 목소리로 직접 소개하는 멘트였다. 당시 학생들로부터 내 안내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깬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웃음)”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이 13일 인천 동구 인천재능대 총장실에서 자서전 ‘이기우의 행복한 도전’을 펴낸 배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천재능대 제공
이기우 인천재능대학교 총장이 13일 인천 동구 인천재능대 총장실에서 자서전 ‘이기우의 행복한 도전’을 펴낸 배경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인천재능대 제공

-‘조국 사태’를 겪으면서 ‘공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교육계도 특목고 폐지에 이어 정시 확대로 시끄럽다.

“자유한국당이 대학 입시에서 정시가 차지하는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하는데, 우리 교육을 생각하는 공당(公黨)이 맞는지 의심이 간다. 여론조사 결과로 교육정책을 정하는 것은 안 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깡그리 무시하는 처사다. 지금은 능력 중심 사회지만 아직도 학벌과 학력 중심 사회 폐해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정시는 결국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문제로 응시자를 평가하는 수능은 객관적일지는 몰라도 공정하지는 않다. 학생들을 시험 잘 보는 기계로 만들어왔으나 지금은 일류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반도 안 된다. 입시 제도가 1945년 도입된 이래로 18번이나 변했다. 이제는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학들이 직접 수준에 맞춰 자기들이 길러내고 싶은 학생들을 뽑아 책임지고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재미있는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야지 평생을 갈 수 있다. 특목고 폐지와 존치는 둘 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 일류 대학을 보내기 위한 도구이자 통로로 활용한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어떻게 풀 것이냐는 결국 선택의 문제다.”

-저출산 시대다. 대학 구조조정이 시급해 보인다.

“2023년이 되면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40만명까지 줄어든다. 그 중 70% 정도가 대학에 들어간다고 보면 28만명이 대학에 가는데, 지금 대학 정원이 50만명이다. 반 밖에 못 채우는 것이다. 교수와 직원들 인건비 주기도 어렵다. 교육 질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지금까지는 대학이 백화점식이었다. 수요자인 학생 수준에 못 맞추는 게 현재 대학의 현실이다. 체질 개선, 구조 개혁을 해야 한다. 대학이 특성화돼야 한다. 잘하는 게 있어야 그것을 배우기 위해 지방이라도 간다. 대학이 스스로 해야 하지만 정부도 나쁜 대학이 나쁜 학생을 기를 수 없도록 퇴출 경로를 만들어줘야 한다. 내가 교육부에 있을 때 한시적으로 초ㆍ중ㆍ고 설립자나 재단 이사장에게 통ㆍ폐합이나 폐교 시에 학교 재산 일부분을 돌려주는 제도를 만들었는데, 대학도 고민해 봐야 한다. 문을 닫은 학교 부지를 공적으로 개발한다면 막대한 예산 부담도 없다. 또 고등교육이라는 개념을 평생교육으로 바꿔야 한다. 직업교육 접근성도 높여야 한다. 평생직업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무성을 강화해야 한다.”

-지역과 진영간 갈등에서 나아가 계층간 갈등도 심화하고 있다. ‘성난 젊은이들’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젊은이들이 희망, 즉 현재 어려움을 벗어날 출구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기성세대가 무한책임을 져야 할 부분이다. 어릴 때부터 남과 경쟁해야 하는 사람으로 길러졌는데, 남이 아닌 자기 자신과 경쟁하는 사람을 길러야 한다. 1등이 한 명뿐인 경쟁사회를 만들다 보니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남을 배려하지 않는다. 세대를 구분하고 소통도 안 된다. 이해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학벌 중심 사회와 입시 경쟁이 소위 말하는 남을 밟고 일어서야 성공하는 걸로 생각하는 시민 의식을 만드는데 기여했다고 본다. 원인을 찾지 않고 자꾸 나타나는 현상만 보고 땜질하는 식으로 하면 근본 해결이 안 된다. 결국 아이들에게 100세까지 갖고 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한다. 일류 대학에 가면 57세(정년)까지 보장 받는 등식은 이미 깨졌다. 요즘 부모들이 자녀를 실패하지 않게, 약하게 키우는데, 결국 문제 해결 능력이 없고 부딪히면 주저 않고 어쩔 줄 모르는 그런 사람으로 자라게 된다. 실패를 경험하고 자기 자산으로 만드는, 단단한 사람으로 키워야 한다.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재미를 찾는다면 행복한 도전이 된다는 말을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다.”

이 총장은 1948년생으로 경남 거제출신이다. 1967년 부산고를 졸업한 후 체신청 공무원(6급이하ㆍ현재 9급에 해당)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1993년 교육부 총무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교육부에서만 공보관과 기획관리실장 등을 역임했으며 2006년 교육부 차관에 임명됐다. 교육부 재직 중 부산대 교육대학원 석사와 경성대 교육학 박사를 취득한 이 총장은 차관 퇴임 후인 2006년부터 현재까지 인천재능대 총장을 맡고 있다.

인터뷰=한장만 지역사회부장

정리=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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