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갈등 상황 속에 양국 재계가 2년 만에 마주했다. 강제동원 배상판결과 수출 규제 등을 둘러싼 정부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민간 교류와 경제ㆍ산업 협력관계를 심화해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 발전에 공헌하기로 뜻을 모았다. 양측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ㆍ지소미아) 종료 등 현안에 대한 의견도 교환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와 일본 게이단렌(經團連)은 15일 도쿄(東京) 게이단렌회관에서 제28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어떠한 정치ㆍ외교 관계 하에서도 민간 교류를 계속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화를 통해 양국의 경제ㆍ산업 협력관계를 한층 확대ㆍ심화시켜 아시아 및 세계 경제 발전에도 기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제3국 시장에서의 한일 기업 간 협력 촉진 등을 논의했고,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경제 질서를 위해 양측이 주도적 역할을 하기로 했다. 다음 회의는 내년 적당한 시기에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인사말에서 “당면한 양국의 무역갈등도 조기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내년 도쿄(東京)하계올림픽 기간 양국 간 항공기 증편을 통한 교류ㆍ협력을 언급했다. 나카니시 히로아키(中西宏明) 게이단렌 회장은 “한일 경제는 하나의 공급망에 편입돼 서로 빠뜨릴 수 없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허 회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한일 현안에 대한 대화가 오갔느냐는 질문에 “(양측이) 지소미아는 연장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표시했지만 정부 관계 일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그쳤다”고 했다. 수출 규제와 관련해 일본 재계 반응에 대해선 “서로 말은 안 해도 일본 측이 한국 측의 어려움을 알고 있고 표현은 안 해도 일본 측도 힘들어한다고 느꼈다”고 했다. 강제동원 배상과 관련해선 “강제동원 문제는 가급적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치 사안이기 때문에 재계가 왈가왈부할 사안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 방안과 관련해 ‘한일 미래 발전 재단’ 설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 측은 이 재단이 강제동원 배상을 위한 재단이냐는 질문에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날 회의에는 전경련에선 허 회장 외에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등 13명, 게이단렌에서는 나카니시 회장과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 노무라홀딩스 회장, 구니베 다케시(國部毅)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 회장 등 10명이 각각 참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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